제13화
한편 녹음실.
황노을은 곧 출연할 [신의 목소리] 첫 생방송을 위한 곡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영감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옷을 갈아입고 옆에 있는 댄스 연습실로 가서 간단한 안무를 준비하기로 했다.
[신의 목소리]가 보컬 위주의 음악 예능이지만 약간의 춤이 더해지면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은 댄스 구역, 보컬 구역, 그리고 화장실, 카페, 탈의실, 창고 등 다목적 시설을 포함한 연습 건물로 주성 엔터테인먼트의 소유였다.
주성 엔터테인먼트는 A시에서 손꼽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다양한 관련 산업을 갖추고 있어 시설 또한 훌륭했다.
주성 엔터테인먼트 소속이 아닌 연예인들도 이곳에서 연습하거나 시설을 대여하곤 했다.
도서찬과 결혼한 후 황노을이 일상적으로 해야 할 일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건강을 돌보고 자주 찾아가는 것.
둘째, 도서찬의 개인 일정 등을 관리하는 것. 여기에는 도경 그룹의 기밀 서류까지 포함되어 그녀와 비서실 직원들이 함께 처리했다.
특히 과거 황씨 가문에 일이 터진 후 도경 그룹이 황씨 가문의 모든 것을 인수했고 현재까지도 도경 그룹에 당시 인수했던 내용을 관리하는 부서가 존재했다.
비록 황씨 가문이 몰락하고 나서 인력이나 많은 것들이 예전과 달라졌지만 그 내용들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는 아주 능숙했다.
셋째, 주성 엔터테인먼트 소유의 연습 건물에 가서 자주 연습하는 것. 대외적으로는 오랜 시간 음악을 취미로 한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실 이곳에서 ‘연’이라는 예명으로 demo 음원을 녹음했다. 하여 황노을이 이 건물에 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춤 연습하느라 머리카락을 질끈 묶었고 예전에 입던 옷을 입고 있었다. 겉모습만 보면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댄스 연습실 밖에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건 알아채지 못했다.
황노을은 몇 가지 안무를 시도했지만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웬일인지 오늘은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다. 노래든 춤이든.
마음속에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느껴졌다. 자꾸만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이유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결국 그녀의 생각까지 크게 방해했다.
황노을은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심호흡하고 눈을 감았다. 조금 더 시도해본 후 결국 처음부터 다시 하기로 했다.
시간을 보니 어느덧 밤 9시였다.
황노을은 고개를 저으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계속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늘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 지칠 대로 지친 황노을은 옷도 갈아입지 않고 겉옷만 걸친 채 주차장으로 향했다.
지금 4월이라 A시도 더워지기 시작했다.
밤 9시, 밤의 활동이 이제 막 시작될 시간이었다.
바깥에 끊임없이 흘러가는 차량들이 지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만 같았다.
황노을은 연습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차에 다가가기도 전에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렸다. 정말 아무 이유도 없이.
심장박동이 북소리처럼 순간적으로 뇌 전체를 울렸고 아드레날린이 치솟으면서 황노을은 옆 화단으로 몸을 날렸다.
곧이어 검은색 차 한 대가 그녀의 몸을 스치듯 지나쳐갔다. 어찌나 가까운지 차가 지나가면서 일으킨 바람에 겉옷이 다 펄럭였다.
황노을은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조금 전 화단으로 뛰어들지 않았다면 차에 그대로 부딪혔을 것이다.
황노을이 두려움에 떨기도 전에 차는 다시 방향을 틀어 황노을이 있는 화단으로 향했다.
화단이 무릎 높이의 시멘트 난간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차가 화단으로 직진하는 걸 보면 목적이 분명했다.
그녀를 노리고 온 것이었다.
‘대체 누구지? 목적이 뭘까? 나 어떡해야 해? 이 사람 여기서 얼마나 오래 기다렸지? 설마 댄스 연습실에 있을 때부터 날 계속 지켜봤던 거야? 아니면 연습 건물에 저 사람이랑 한편인 사람이 있나? 한 사람은 건물 안에, 한 사람은 주차장에 있다면 정말 날 노리고 있는 거야?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에 수많은 질문이 황노을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녀는 바로 결정을 내렸다.
검은색 차량이 화단으로 돌진하려 하자 즉시 옆으로 피했다. 검은 차가 화단에 부딪히고 말았다.
쿵쿵쿵...
검은 차의 엔진이 미친 듯이 돌아갔다.
차가 화단에 걸린 틈에 황노을은 자기 차로 빠르게 달려갔다.
연습 건물 쪽에 매복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 다시 그쪽으로 돌아가는 건 너무 위험했다.
이곳은 사람들이 많은 광장과 꽤 멀었고 주변 지형도 가릴 만한 곳이 많지 않았다. 만약 광장으로 달려가다가는 도착하기도 전에 차에 치일지도 모른다.
하여 가장 좋은 방법은 그녀의 차로 달려가 직접 경찰서에 가서 도움을 청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황노을의 차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생존 본능이 발동했는지 달리는 것도 평소보다 훨씬 빨랐다. 차 앞까지 도착한 후 재빨리 운전석에 몸을 던졌다.
하지만 문을 닫자마자 검은 차가 맹렬하게 달려와 황노을의 차를 쾅 하고 들이받았다.
차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렸고 운전석에 앉은 황노을 역시 충격에 정신이 아찔했다.
“으악...”
황노을은 속이 메슥거렸다.
부아앙...
검은 차가 후진하더니 다시 빠르게 그녀 쪽으로 돌진해왔다.
황노을은 메슥거림을 억누르고 차에 시동을 걸어 액셀을 밟았다.
쾅.
황노을이 차로 들이받자 검은 차가 옆 차량을 들이받았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핸들을 조종하여 빠른 속도로 큰 도로를 향해 나아갔다. 백미러로 보니 검은 차가 또다시 쫓아왔다. 바로 핸드폰을 꺼내 112에 신고했고 전화가 곧바로 연결되었다.
“여보세요? 차량 번호가 나 1234인 검은색 쏘나타가 계속 저를 따라오고 있고 방금 저를 차로 치려고 했어요. 지금 우한대로인데 연동 경찰서 쪽으로 가고 있으니까 빨리 좀 도와주세요.”
황노을은 백미러에 비친 상대의 차량 번호를 보며 경찰에게 필요한 정보를 간결하게 전달했다.
신고 전화를 받은 직원은 신속하게 관련 경찰서에 연락하여 사건 처리를 지시했다.
우한대로 위 황노을은 액셀을 끝까지 밟으며 경찰서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누구지?’
황노을은 그녀와 관련된 사람이나 사건들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도서찬, 한연서, 도씨 가문, 황씨 가문 등 너무 많은 사람들이 얽혀 있어 특정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백미러로 계속 확인했다.
다음 교차로에 도착하자 검은색 쏘나타가 그녀의 목적지를 눈치챘는지 갈림길로 빠져나갔다.
검은색 쏘나타가 옆으로 빠지는 걸 보고서야 황노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시각 계속 경찰과 통화 중이었고 황노을은 경찰의 안내에 따라 연동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 대문과 문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경찰들을 본 순간 그녀는 완전히 안심했다.
황노을은 지시에 따라 차를 지정된 위치에 주차했다. 바로 그때 조금 전 긴장감 때문에 억지로 참았던 불편함이 갑자기 몰려왔다.
“웩...”
심한 메슥거림과 함께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