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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황노을을 맨 먼저 언급했던 댓글에 좋아요 수가 늘어나자 더욱 많은 댓글들이 이어졌다. [황노을 씨도 음악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오래 했는데 히트곡이라고 할 만한 게 있긴 한가요?] [글쎄요. 근데 제가 알기로 황노을 씨는 도서찬 씨랑 결혼한 후에 은퇴했어요. 집에서 남편한테 용돈 받으며 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스스로 돈을 벌 능력이 전혀 없대요.] [도서찬 씨가 황노을 씨를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한연서 씨가 그렇게 훌륭한데.] [맞아요. 한연서 씨처럼 재능 있는 사람이 겨우 6개월밖에 못 산다니. 흑흑..." [한연서 씨는 정말 음악계의 유일무이한 순수녀예요.] [황노을, 당장 꺼져!] [황노을, 눈치 있으면 알아서 이혼하고 더 이상 도 대표님께 질척거리지 마.] [맞아요. 전 한연서 씨와 도서찬 씨를 응원합니다.] [도 대표님은 한연서 씨 거야. 황노을, 당장 꺼져.] ... 온라인에 한연서에 대한 칭찬과 황노을에 대한 비난이 계속 이어졌다. 황노을이 어떻게 할지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주민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 “한연서 걔 너무 뻔뻔한 거 아니야?” 주민재가 욕설을 퍼부었다. “노을아, 한연서가 올린 영상 봤어? 나 진짜 화나서 죽는 줄 알았잖아. 우리한테 20억 원을 주긴 했지만 우리가 판 건 사용권일 뿐인데 어떻게 자기 자작곡이라고 할 수 있어? 저작권은 너한테 있어, 노을아. 그냥 확 고소해버려.” 황노을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붓는 주민재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대표님, 일단 진정하세요.”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주민재의 목소리에 분노가 가득했다. “요 며칠 인터넷 댓글 보지 마. 방금 들은 소식인데 한연서 쪽에서 여론을 몰아가면서 널 공격하고 있대. 음악계의 유일무이한 순수녀는 개뿔. 역겨워서 토할 것 같아.” 황노을은 대신 욕해주는 주민재의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민재 오빠, 제 말 좀 들어봐요.” 황노을이 그를 진정시켰다. “일단 지금은 자기 자작곡이라고만 말하고 있어요. 나중에 음원이 출시될 때 ‘연’이나 ‘주성 엔터테인먼트’가 표기된다고 해도 그다지 심각한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만약 고소하게 된다면 원고가 주성 엔터테인먼트와 ‘연’이라서 그땐 제 진짜 신분이 드러나게 되죠. 오빠, 전 아직 제 진짜 신분을 밝히고 싶지 않아요.” 황노을의 말에 주민재는 점차 마음을 가라앉혔다. 솔직히 황노을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음원이 출시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단정할 수 없었다. 특히 오빠라는 호칭을 들은 순간 눈에 띄게 차분해졌다. “인터넷에 전부 다 너에 대한 악플이야.” 주민재가 말했다. “지금 작정하고 널 괴롭히고 있는 거라고.” 황노을은 유리창 밖의 도시 풍경을 보면서 나지막이 웃었다. 세상 사람들은 그녀를 전혀 알지 못했다. 심지어 도서찬조차도 그녀의 능력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황씨 가문의 딸로서 집안에서 응석받이로만 자랐을까?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하고? 황씨 가문이 몰락했지만 황노을이 다시 일으킬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는가? 다들 너무나 순진했다. 황노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인터넷의 댓글들이 듣기 거북한 건 사실이었다. 평소 잘 버티던 황노을마저도 이번에는 조금 버거웠다. 그리고 도서찬은 한연서가 하는 행동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그가 시킨 것이었을까? ... 한편 도서찬은 회사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도경 그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기술을 주력으로 삼으며 동시에 금융 투자, 하드웨어, 디자인,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을 아우르는 기업이었다. 혹시 기억하는 이들이 있다면 아주 오래전 도경 그룹은 전통 산업 분야에 속해 있었다. 도서찬이 경영권을 잡은 이후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고 직접 회사를 이끌며 더욱 혁신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그 후 수년간 다른 세력들을 압도하면서 성장해왔다. 도서찬의 능력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였다. 비록 도씨 가문에 후계자가 도서찬밖에 없었지만 다행히 유일한 후계자의 실력이 다른 가문의 천군만마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았다. 연달아 몇 개의 회의를 마친 도서찬은 맨 꼭대기 층 대표 사무실 의자에 앉아 미간을 문질렀다. 사무실의 거대한 통유리창 너머로 A시의 풍경이 펼쳐졌다. 도경 그룹 건물은 A시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었고 건물 전체가 도경 그룹의 소유였다. 차량들이 고가도로 위를 끊임없이 오갔고 이곳은 수많은 이들이 꿈꾸는 곳이었다. 원목 책상 위에 놓인 도서찬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확인해보니 한연서가 보낸 문자였다. [오빠, 저녁에 회사로 가서 퇴근할 때까지 같이 있어 줄까?] ... 한연서는 작업실 소파에 앉아 온라인상의 모든 상황을 흡족하게 지켜봤다. “아주 잘했어요.” 핸드폰 너머의 상대에게 계속 말했다. “황노을을 계속 압박하고 실시간 검색어도 몇 개 더 만들어요. 며칠 뒤 라이브 방송 때 나를 한층 더 띄울 수 있게 말이에요.” 전화를 끊은 후 옆에 있는 김수희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한테 할 얘기 있어요?” 한연서가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김수희가 망설였다. “연서 씨, 정말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요? 주성 엔터테인먼트 쪽에서 저작권 문제로 책임이라도 물으면 어떡해요?” 한연서가 경멸하듯 웃었다. “그 사람들한테 20억 원이나 줬는데요?” “하지만 이건...”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는 김수희와 달리 한연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핸드폰을 보며 도서찬의 답장을 기다렸다. 그녀가 말했다. “주성 엔터테인먼트는 [신의 목소리]의 투자자 중 하나예요. 내가 인기를 끌수록 주성 엔터테인먼트가 더 많은 저작권료를 받기 때문에 내가 뭘 해도 눈감아 줄 거예요. 게다가 그쪽에도 출연하는 연예인이 있어서 자연스레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될 거고요. 정말 안 되면 그때 가서 그 회사의 연예인을 홍보해주는 거로 퉁 치면 되죠.” 김수희는 이런 방법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연서는 김수희가 세상 물정 모르는 표정을 짓는 걸 좋아했다. 그런 모습은 그녀에게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우월감과 짜릿함을 안겨주었다. “이런 일이 흔해요. 사실 상의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대부분이거든요.” 기분이 좋아진 한연서는 ‘마지못해’ 김수희에게 넌지시 알려줬다. “내 비비안 플라워 스튜디오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오늘날까지 어떻게 왔는지 알아요?” 김수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자 한연서의 얼굴에 자랑스러움과 교활함이 뒤섞인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답을 직접 말하지 않았다. “스스로 잘 생각해봐요. 얼마나 깨달았는지 보게.” 한연서는 재벌들의 별장에서 꽃을 전시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사실 그 주문 건들은 도서찬이 직접 주문한 것이거나 도서찬 친구들의 주문, 그리고 도서찬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주문이었다. 하여 그녀는 무슨 수를 써서든 도서찬을 꽉 잡아야 했다. 김수희는 답을 알아내지 못했지만 감히 묻지도 못했다. 한연서는 계속 핸드폰으로 황노을을 공격하는 댓글들을 보고 있었다. 특히 황노을의 25년이 한연서의 25초도 못 미친다는 댓글에 한연서는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네가 엄청 대단한 줄 알았는데.” 한연서가 경멸하듯 말했다. “황노을, 너도 결국에는 별거 아니구나.” 바로 그때 한연서의 핸드폰이 진동했고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문자를 확인한 순간 한연서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문자 내용이 이러했다. [황노을이 병원에 간 이유를 알아냈습니다. 임신 4주가 넘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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