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2화
도서찬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결국 참았다. 그는 휴대전화의 진동 소리를 외면한 채 손에 쥐고 있던 전화기를 주머니 속으로 넣었다.
그때 지나가던 누군가 가방이 걸려 실수로 테이블 위 레드 와인 병을 스쳤고, 병은 바닥에 떨어지며 깨져버렸다.
“도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그 사람은 당황하며 종업원을 불러 파편을 치우게 했다.
그 순간 도서찬의 눈앞에 스치듯 지난 기억이 떠올랐다. J국 출장 때 온천 호텔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그날.
“서찬 씨, 만약 상대측에서 술을 권하면 어쩌죠? 제가 얼마나 마실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요.”
당시 황노을이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었다. 3일 뒤 만날 연락 담당자가 술을 매우 좋아한다는 소문에 그녀는 불안해했다.
“괜찮아, 네가 마실 필요 없어.”
도씨 가문은 A시에서 막강한 위세를 자랑했지만 당시만 해도 새로 진출하는 분야라 어느 정도 눈치를 봐야 할 처지였다.
“혹시 술을 마셔야 한다면 내가 다 마실게.”
도서찬의 말에 황노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도 서찬 씨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녀는 테이블에 놓인 상대측에서 보낸 샘플 와인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한번 마셔볼까요? 제 주량을 미리 알아두면 좋겠죠.”
“정말 마셔보겠어?”
황노을은 병마개를 따며 잔에 술을 조금씩 따라 그중 한 잔을 도서찬에게 건넸다. 그녀는 살며시 그의 잔을 부딪치며 그를 똑바로 보며 미소 지었다.
“서찬 씨, 이 한 잔은 우리가 꼭 계약을 따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마디를 남긴 그녀는 와인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도서찬도 그녀를 보며 자신의 잔을 비웠다.
황노을은 다시 두 잔을 채운 후, 또다시 잔을 들어 도서찬의 잔에 가볍게 맞부딪혔다.
“이번 잔은 서찬 씨의 건강과 행복을 빌며.”
그녀는 다시 한번 단숨에 잔을 비웠다.
술기운이 오르기 시작하자 황노을의 얼굴은 연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창밖으로는 하얀 눈송이가 쉼 없이 내려와 세상을 은빛으로 물들이고 있었지만 온천 호텔 안은 고요하고 따뜻했다.
도서찬은 그 모습이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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