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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황노을의 차는 목적 없이 달리다 한 호텔 앞에 조용히 멈춰 섰다. 3층에 있는 그 방, 창문으로 흘러나오는 따스한 불빛과 커튼에 비친 흐릿한 그림자를 바라보니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최근 정미숙이 아린이의 입양 서류 문제로 A시에 오셨고 이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황노을이 직접 어머니를 위해 예약해 준 스위트룸이었다. 황노을과 정미숙 여사의 관계는 조금씩 옅어져만 갔다. 여러 가지 일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예전과는 다른, 지금의 모녀 사이가 되어버렸다. 갑자기 진동이 울렸다. 정미숙이었다. 황노을은 잠시 망설이다 전화받았다. “왔으면 올라오려무나. 차가 보인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네.” 스위트룸 앞에 도착해 노크도 하기 전에 문이 열렸다. 마주 선 두 모녀 사이에는 어색한 기류가 스쳤다. 과거의 따뜻함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황노을은 엄마라는 호칭이, 정미숙은 노을이라는 이름이, 이제는 서로의 입에서 더 이상 쉽게 나오지 않았다. 정미숙이 건네주는 슬리퍼를 받아 신고 황노을은 그녀를 따라 객실 안으로 들어와 소파에 앉았다. 무거운 침묵을 깨며 황노을이 물었다. “그분은 만나셨어요?” “응.” 그들이 말하는 그분은 교도소에 갇힌 황노을의 의붓아버지였다. 정미숙이 이혼한 지금은 전 의붓아버지가 되어버린 그였다. 황노을은 조용히 고백했다. “저, 이혼하기로 했어요.” 정미숙 여사의 얼굴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응.” 다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오직 시계 소리만이 실내를 채웠다. 정미숙이 입을 열었다. “아린이 서류 문제는 내가 처리할게. 너는 이제 올 필요 없어.” 황노을은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알겠어요.” 세 마디를 넘기지 못한 채 두 모녀는 헤어졌다. 문을 나서기 전 황노을은 가방 속 현금과 몸에 지니고 있던 목걸이를 현관 테이블에 살며시 놓아두었다. 차를 타고 도시를 떠돌면 마음이 가벼워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무거움만 가중되었다. 밤바람이 스치자 길가의 낙엽 몇 장이 허공을 맴돌다 사라졌다. 황노을은 살짝 움츠러들 정도로 추운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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