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2화
잠시 기다리자, 아린이가 강아지 인형을 끌어안은 채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아린은 도서찬을 보더니 아무 말 없이 옆 의자에 가만히 앉았다.
한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말이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도서찬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몇 가지 샀어.”
도서찬은 작은 원피스를 꺼내 건넸지만 아린은 힐끗 보고 말했다.
“고마워요. 아저씨, 필요 없어요.”
도서찬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원피스는 옆에 내려놓고 이번에는 책가방과 화구를 꺼내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았다.
“지난번 유치원에서 봤을 때, 그림 꽤 잘 그리더라.”
아린은 그저 도서찬을 바라보았다.
“아저씨, 이건 보육원 다른 친구에게 주세요.”
도서찬은 눈앞의 작은 아이를 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깐 막막했다.
아린은 작게 숨을 내쉬고 천천히 말했다.
“제가 필요한 건 엄마가 사 줄 거예요. 엄마가 바쁠 때는 지은 이모랑 주민재 아저씨가 챙겨 줄 거고요. 제가 여기 있는 건 서류가 아직 다 안 끝나서예요.”
아린은 품 안의 강아지 인형을 들어 보였다.
“이건 지은 이모가 준 건데, 전 이거 좋아해요.”
“그게 좋다면 같은 걸로 더 사 줄 수 있어.”
도서찬이 말하자, 아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인형을 꼭 안은 채 조용히 도서찬을 바라봤다.
크고 작은 두 시선이 마주쳤고 끝내 아린이 먼저 말을 꺼냈다.
“아저씨, 아직도 모르겠어요?”
아린이 또박또박 이어 갔다.
“전 엄마랑 엄마 친구들이 주는 것만 받아요. 다른 건 받지 않아요.”
낡은 보육원 공간 속에서 아린은 놀라울 만큼 태도가 단호했다. 겉모습은 여리지만 마음은 놀랄 만큼 강인했다.
“아저씨, 이제 돌아가세요. 저 보러 오지 마세요.”
아린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분명했다.
도서찬은 움직이지 않았다. 테이블 아래, 양손을 꼭 쥐었다.
“네가 나랑 노을... 황노을의 관계를 안다고 했지.”
도서찬이 낮게 말했다.
“그렇다면, 네가 황노을을 엄마라고 부른다면 나도 아빠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겠니. 그러니 네가 내 선물을 받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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