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3화
도서찬은 눈을 감고 한참이나 마음을 다잡았다.
“아린아.”
도서찬이 낮게 말했다.
“나와 한연서 사이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야.”
아린은 말 없이 도서찬을 바라봤다. 또렷한 큰 눈이 오래 머물러 도서찬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
도서찬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나한테 시간을 좀만 줘. 언젠가는 한연서도, 너도 알게 될 거야. 집의 금고에 파란 탄자나이트가 하나 있어. 아주 예쁘고, 네 엄마도 좋아하던 보석이야. 장인을 불러 네 주얼리 세트로 만들어 줄게.”
“괜찮아요.”
아린이 또박또박 대답했다.
“전 엄마의 딸이에요. 아저씨는 제 아빠가 아니에요. 그러니 보석도 필요 없어요. 돈으로 보여 주려고 하지 마세요. 아저씨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아요. 그래도 전 엄마 편이에요.”
아린은 아직 다섯 살이 되지 않았지만 말은 차분했고 논리는 분명했다.
아린이 의자에서 폴짝 뛰어 내려왔다. 그러자 품에 안은 강아지 인형의 귀가 살짝 흔들렸다.
“다시는 저를 찾아오지 마세요.”
아린은 한 번 더 못 박았다.
“이제 잘 시간이에요. 돌아가 볼게요.”
아린이 발을 떼자 도서찬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굳이 뒤쫓지는 않고 말했다.
“이번 한 번만 받아 줘. 일부러 널 위해 산 거야.”
아린이 돌아서며 입술을 꾹 다물더니 말했다.
“아저씨, 말씀드렸잖아요. 다른 아이들에게 주세요.”
“받기만 해. 그다음에는 네가 어떻게 해도 돼.”
“이미 말했어요. 그건 아저씨 물건이에요. 전 받지 않을 거예요.”
아린의 눈빛이 흔들리지 않았다.
“아저씨, 어른이 아이한테 억지 쓰는 거예요?”
“그런 뜻이 아니야.”
도서찬이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는 그저 아린한테 잘해 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문가에 서 있던 원장이 인기척을 듣고 들어왔다. 원장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도서찬을 바라봤다.
보육원 선생님이 와서 아린을 데려갔고, 원장은 입술을 굳게 다문 도서찬을 잠시 지켜보다 말했다.
“돌아가세요. 아이는 우리가 잘 돌보겠습니다.”
도서찬은 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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