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5화
덮밥만 세 그릇이나 있었다.
도서찬은 끝내 맛만 조금 보고는 더 이상 먹지 않았다.
도서찬은 창밖 풍경을 오래, 아주 오래 바라보았다. 5월 초순의 공기에는 서서히 열기가 올라왔다.
도서찬의 주변은 유난히 비어 있는 듯했다. 마치 곁에 원래 한 사람이 더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할아버지의 편지는 서랍에 잠겨 있었다. 도서찬은 지금 자신의 마음이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서찬 오빠.”
옆에서 도시락을 정리하던 한연서가 다가왔다. 도서찬은 한번 눈길을 주며 말을 꺼내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찬 오빠, 혹시... 돈 좀 빌려줄 수 있을까? 스튜디오 자금이 잠깐 막혀서. 금방 갚을게.”
“얼마?”
“10억.”
도서찬은 휴대폰을 꺼냈다.
“윙, 윙...”
곧 한연서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한연서는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고마워, 서찬 오빠!”
하지만 도서찬의 마음은 여전히 잔잔했고 별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한연서가 기쁜 얼굴로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뒤, 도서찬은 권민서에게 불쑥 말했다.
“오후랑 저녁 일정, 다 미뤄.”
권민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도 다 미뤄.”
권민서는 잠시 멈칫했다. 오늘 이혼 조정 기간이 끝나고, 내일 바로 이혼 신고를 하겠다는 뜻처럼 들렸다. 그는 도서찬을 한번 깊은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지시를 마친 도서찬은 차 키와 외투를 들고나왔다.
“대표님, 어디로 가십니까?” 권민서가 묻자, 도서찬은 손만 내저었고 더는 따라오지 말라는 뜻이었다.
도서찬은 마이바흐를 몰고 혼자 도시를 헤맸다.
사실 도서찬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허공을 떠도는 구름처럼 머물 곳이 없었다.
차는 달리고 또 달리다가 한 고급 주택가 앞에 멈췄다.
예전에 황세훈 일가가 살던 곳이었다.
멀지 않은 맞은편에는 도서찬이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이 있었다.
도서찬은 차 문을 열고 그 집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세월이 흘러 작은 서양식 집은 많이 낡아 있었다.
집 안에서 웃음소리가 퍼져 나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