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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두 사람은 네일아트를 마치고 스파까지 받았다. 임지은을 집에 돌려보낸 후 황노을은 한 미용실로 들어섰다. 헤어스타일리스트는 그녀의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을 보며 아쉬워했다. “정말 다 자르실 거예요? 이렇게 길게 기르기 힘든데.” 황노을의 머리카락은 숱이 많고 부드러운 검은 생머리였다. 정성 들여 관리한 흔적이 역력했다. 황노을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쳐다봤다. 검고 윤기 나는 긴 머리, 하얀 피부, 따뜻한 분위기의 연노랑색 긴 치마, 그리고 화장기 없어도 눈부신 얼굴은 활짝 핀 백합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정말이지 공격성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차분하게 웃어 보였다. “잘라주세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는 도서찬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지, 황노을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네.” 헤어스타일리스트는 짧게 대답한 후 가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싹둑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검은 머리카락이 떨어졌다. 지난 몇 년간 그녀를 옭아매던 족쇄가 떨어져 나간 듯했다. 잠시 후 황노을은 거울 속 완전히 새로워진 자신을 보며 미소 지었다. “정말 이 헤어스타일이 훨씬 잘 어울리시네요. 너무 예뻐요.” 헤어스타일리스트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염색이랑 펌도 같이 하시면 더 좋을 텐데. 온 김에 다 하실래요? 전 이 스타일 추천하는데 한번 보세요...” 황노을은 설명을 들으면서 배를 어루만졌다. “나중에 할게요. 오늘은 너무 늦어서요.” 그녀의 대답에 헤어스타일리스트는 아쉬운 듯 고개를 저었다. 황노을이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 다시 올게요.” 이 헤어스타일리스트의 실력이 아주 좋았다. “꼭 오셔야 해요.” 헤어스타일리스트는 환하게 웃으면서 수첩을 꺼내 들었다. “언제쯤 오실 건가요?” 황노을은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일주일 뒤면 될 것 같아요. 길면 20일 정도고요.” 유산 후 몸조리까지 한다면 그 정도 걸릴 것이다. “알겠어요. 꼭 오세요.” 헤어스타일리스트가 아쉬운 얼굴로 배웅하자 황노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헤어스타일로 미용실에서 나온 그녀는 A시 중심가에 위치한 뉴월드 백화점으로 향했다. 이곳에 명품 브랜드들이 즐비했다. 황노을은 여성스럽고 귀여운 스타일의 옷을 입은 자신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 스타일은 도서찬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왜냐하면 순종적인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하지만 황노을은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았다. 여러 매장을 둘러보고 나오니 손에 어느새 쇼핑백이 여러 개 들려 있었다. 택시를 타고 곧장 집으로 들어갔다. 쇼핑백을 들고 새로운 집, 새로운 환경을 둘러보면서 혼자 살 새로운 날들을 생각하던 황노을의 얼굴에는 기쁨도 슬픔도 없었다. 여성스럽고 귀여운 스타일의 옷을 갈아입고 독특한 디자인이 가미된 발렌티노 세트 의상을 입었다. 캔버스 백은 한쪽에 내려놓고 샤넬 체인 백을 들었다. 그리고 웨지힐 샌들을 벗어 던지고 디올의 뾰족한 토슈즈를 신었다. 황노을은 거울 속의 자신에게 말했다. “황노을, 다시 태어난 걸 축하해.” 하지만 거울 속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없었다. 애써 입꼬리를 올렸지만 자신도 속이지 못할 만큼 위선적으로 느껴졌다. 7년이다. 하나도 아프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웃고 싶지 않을 땐 억지로 웃을 필요가 없었다. 황노을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내일 일들을 준비했다.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제대로 해야 했다. 내일은 먼저 병원에 들렀다가 주민재와 음악 예능에 대해 상의하기로 했다. ... 어느덧 다음 날이 밝았다. 황노을은 직접 운전하여 병원으로 향했고 이미 의사도 예약한 상태였다. 그런데 병원 주차장에 들어가기도 전에 주민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주민재는 A시에서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인 주성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였다. 도경 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주안 그룹을 등에 업고 있어 배경도 탄탄했다. 그는 주안 그룹의 셋째 아들로 현재 엔터테인먼트를 담당하고 있었다. 황노을이 예전에 발표했던 곡들도 모두 주성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어 있을 때 쓴 것이었다. 결혼 후 도서찬은 황노을에게 할아버지를 잘 모시라고 했다. 그녀도 도휘명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더는 활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재능을 아까워했던 주민재는 ‘연’이라는 예명으로 계속 작곡 작사를 하게끔 했다. 그러면 음악계에서의 인지도도 유지하고 나중에 복귀해도 수월할 테니까. 도서찬과의 관계 때문에 황노을은 주성 엔터테인먼트와 비밀 유지 계약을 체결했고 주민재가 직접 나서서 이 계약을 진행했다. 하여 ‘연’이 황노을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들 둘뿐이었다. 당시 황노을은 도서찬과 결혼한 행복에 젖어있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나중에 일어났다. 황노을은 차를 길가에 세우고 주민재의 전화를 받았다. “주 대표님?” 황노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약속 시간은 분명 오후인데. “연아, 혹시 지금 회사로 올 수 있어?” 주민재의 목소리에 담긴 망설임을 알아챈 순간 황노을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그녀를 연이라 불렀기 때문이었다. 평소 사석에서는 절대 이렇게 부르지 않았다. “무슨 일 있어요?” 황노을이 구체적으로 물었다. 이미 의사를 예약한 상황이라 급한 일이 아니면 예약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네가 최근에 쓴 곡을 누가 사겠대.” 그의 목소리에 여전히 망설임이 묻어 있었다. “직접 와서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하네.” 뭔가 이상한 것 같아 황노을이 미간을 찌푸렸다. “대표님이 알아서 처리해주세요.” 전에 그녀가 쓴 곡들은 모두 주성 엔터테인먼트에서 관리했다. 회사 대표인 주민재가 이런 사소한 일로 직접 전화할 리는 없었다. “구매자가 좀 특별해서 그래.” 주민재가 다시 입을 열더니 결심한 듯 말했다. “네 곡을 사려는 사람이 한연서 씨야.” ‘뭐?’ 황노을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한연서는 플로리스트잖아. 그런데 노래를 사서 뭐 하려고?’ 황노을이 더 묻기도 전에 주민재가 말을 이었다. “상황이 좀 복잡해. 한연서 씨가 곡을 사겠다고 했을 때 거절했었는데 글쎄 직접 회사로 찾아왔지, 뭐야. 그리고 옆에...” 주민재는 하던 말을 멈췄다가 잠시 후에 말을 이었다. “도서찬도 옆에 있어. 곡을 무조건 사고야 말겠다는 기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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