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하늘에 눈송이가 흩날렸다.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발밑에는 하얀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성수혁은 어이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너 같은 사람은 밥부터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하는 게 먼저겠네.”
그는 혐오와 경멸이 섞인 눈빛으로 상대를 흘겨보곤 냉담하게 차로 돌아갔다.
“사기꾼.”
그 말을 끝으로 성수혁은 차에 올라탔고 액셀을 밟자 차는 빠르게 눈밭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엔 방금 전 일이 계속 맴돌았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저런 허접한 사람들이 남아 있네.’
그런 인간들한테나 속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정해은 같은 바보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해은.
그녀의 이름이 떠오르자 가슴 속 어딘가가 또다시 불편하게 요동쳤다.
도대체 몇 살인데 아직도 그런 사이비 같은 걸 믿고 다니는 걸까?
순수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정말 어리석다고 해야 하나.
그날, 그는 길 한복판에서 정해은을 발견했다.
눈보라 속에서 그녀는 얇은 옷차림으로 서 있었다.
손에는 작은 우산 하나가 들려있었고 목도리도, 두꺼운 외투도 없었다.
“타.”
성수혁은 차를 그녀 옆에 세우고 창문을 천천히 내렸다.
차 안의 따뜻한 공기 사이로 그의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
정해은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문을 열고 뒷자리에 앉았다.
“내가 네 기사야?”
성수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백미러를 통해 정해은을 쳐다봤고 그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그러자 정해은은 고개를 천천히 들더니 의외로 아주 담담하게 물었다.
“성수혁 씨, 왜 제가 정성 들여 끓인걸... 다른 사람한테 줬어요?”
당황한 성수혁이 급브레이크를 밟자 차는 전복될 것처럼 미끄러졌다.
그 바람에 정해은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가 재빨리 앞좌석을 붙잡았다.
하얗게 질린 손끝, 그녀는 손을 꼭 쥔 채 성수혁의 얼굴을 바라봤다.
성수혁은 잠시 멈칫했지만 얼굴엔 죄책감도, 당황스러움도 전혀 없었고 그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유라 몸이 약하잖아. 아주머니가 네가 끓인 탕에 귀한 약재가 많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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