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화
안방에는 백유라의 흔적은 단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작정하고 깔끔히 치운 것으로 보였다. 심지어 침대머리 위에 걸어놓았던 결혼사진도 다시 걸어두었다.
성수혁이 마음먹고 안방을 청소하고 꾸민 듯 했다.
정해은은 정리된 방안을 보며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물건은 다시 정리해서 되놓으면 그만이지만 사람 마음은, 감정은 그럴 수 없으니...
누군가 지금 정해은에게 당시의 선택을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정해은은 지금 상황으로썬 쉬이 답하지 못할 것이다. 두 사람 사이의 일들은 이미 엎질러진 물과 같이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다. 시간을 되돌리지도 못하니 그저 현실을 직시할 수밖에...
정해은은 착잡한 감정에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들어 방안을 살폈다. 그리고 한참 마음을 추스르고 씻으러 샤워실로 향했다.
성수혁은 마침 씻고 나오는 정해은과 마주쳤다.
“다 씻었어?”
“네.”
짧은 대화를 끝으로 성수혁도 샤워실로 향했다.
정해은도 머리를 말리고 먼저 침대에 누웠다.
안정숙은 미리 별장에 와 침대 시트도 전부 교체해 놓았다. 혹여나 정해은이 거부감이 들것을 걱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성수혁이 들어왔다.
성수혁은 정해은이 누운 반대편으로 걸어가 탁상 등 스위치를 조심스레 눌러 조명을 껐다.
정해은은 꼼짝도 하지 않고 성수혁을 등진 상태로 오로지 청각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침대가 살짝 흔들리는 것을 보아 성수혁도 침대에 누운 것이라고 짐작했다.
두 사람은 같은 침대에 누워있어도 서로 거리를 많이 남겨두고 누웠다.
마치 강 하나를 둔 두 마을처럼 말이다.
결국 성수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한쪽에 붙어 누워야 하겠어? 떨어지면 어떡해.”
정해은은 성수혁의 말을 들었어도 모른 척 눈 꼭 감고 자는 척을 했다.
성수혁은 미동도 없는 정해은의 뒷모습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결심한 듯 손을 뻗어 정해은의 허리를 휙 감싸안았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정해은 역시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했다. 뿌리치려고 했을 때 이미 성수혁의 숨소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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