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빈과 박동진은 무려 15년이나 함께 했다. 풋풋했던 학창 시절도 함께 했고 사회인이 돼서도 늘 함께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평생을 약속한 부부가 되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박동진처럼 다정한 남자가 또 없다고, 그녀는 복 받은 거라고.
모두 짜기라도 한 것처럼 하나같이 입을 모아 박동진은 최고의 남자라고 했다.
그러나 송가빈은 알고 있었다. 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또한, 그에게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는 것도 말이다.
그의 외도를 알게 된 송가빈은 망설임 없이 이혼할 것을 요구했다.
“꺼져. 다시는 내 눈앞에 띄지 마.”
한편, 그런 그녀의 행동을 쭉 지켜보던 남자가 있었으니...
...
정찬수는 무려 15년이나 송가빈을 몰래 좋아하고 있었다.
송가빈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얼굴로 그의 절친한 친구와 연애하고 있었을 때, 그는 주먹을 꽉 말아쥐며 그 광경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박동진과 송가빈의 신혼 첫날밤, 정찬수는 두 사람의 집 앞에 서서 꺼지지 않는 안방의 불을 밤새 무서운 눈으로 지켜보았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손은 이미 엉망진창이 되어있었다.
그걸 본 도우미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세상에! 도련님,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예요?”
정찬수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소파로 가 털썩 앉았다.
손에 새겨진 상처는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그가 직접 담뱃불로 지져버린 것이었다.
정찬수는 그날 미동도 없이 소파에만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위험한 눈빛을 뿜어냈다.
“결혼했다고 해도 상관없어. 뺏어오면 돼. 송가빈은 내 거야. 살아서도 내 옆에만 있어야 하고 죽을 때도 나랑 같이 묻혀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