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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박지훈은 이미 그녀의 속내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가 좋아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감히 무례하게 대할 수 있겠는가? 성유리는 화제를 돌렸다. “박지훈 씨, 시간도 늦었는데 어서 돌아가세요.” 성유리가 옆으로 비켜서며 그에게서 벗어나자 박지훈도 어쩔 수 없이 대문을 짚었던 손을 내렸다. “다음부터는 싫으면 바로 거절해. 내 앞에서 굳이 참을 필요 없어.” 박지훈은 성유리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재빨리 몸을 돌려 계단을 내려갔다. 멍하니 서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성유리는 약간 의문이 들었다. 분명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왜 집요하게 그녀와 관계를 맺으려 하고 이런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하는 걸까? 차가 점점 멀어져 어둠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성유리는 그 차를 계속 뚫어지게 바라봤다. 성유리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모든 행동은 이미 다른 남자의 핸드폰으로 전송된 상태였다. 다음날 오전. 방학까지 사흘 남은 시점인지라 성유리는 더는 송아림을 병원에 데려올 수 없었다. 진미연도 출근해야 해 아이를 돌볼 수 없었기에 어젯밤 내내 생각한 끝에 낮에는 아이를 맡기고 퇴근 후에 데려올 수 있는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현재로선 이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두 군데 살펴본 끝에 정오쯤 하나를 결정하고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병원에 돌아왔다. 문 근처로 다가가자 대기실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이 시선에 들어왔다. 어제 음식점에서 만났던 배가은이 벌써 찾아온 것이다. ‘주도권을 선포하러 온 걸까?’ “유리 누나, 저분이 유리 누나와 아는 사이라고 하면서 계속 기다렸어요.” 안내 데스크에 있던 진무열이 대기실을 가리키자 성유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지금 병원에 환자가 없어 대화하기 좋은 타이밍이었다. 이 여자는 정말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맞주는 것 같았다. 성유리가 배가은을 무시한 채 휴게실로 향하자 배가은은 빠르게 따라오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함께 들어왔다. 쾅! 문 닫히는 요란한 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문은 조심히 다뤄주세요. 고장 나면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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