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4화

박지훈의 전화벨 소리에 성유리는 재빨리 그를 밀어냈다. “얼른 전화나 먼저 받으세요!” 매우 불편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낸 박지훈은 휴대폰 화면에 뜬 이름을 본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 옆에 있던 성유리도 그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배가은에게서 걸어온 전화였다. 박지훈이 전화를 받지 않고 망설이는 모습에 성유리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안 받을 거예요?” 박지훈은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지만 곧바로 스피커폰으로 전환해 옆에 놓았다. 전화기에서 여자의 연약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훈아, 나 좀 아픈 것 같아. 오늘 밤 계속 헛구역질이 나네.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와서 좀 봐줄 수 있을까?” ‘토할 것 같다'는 말에 저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쥔 성유리는 아이를 가졌을 때 심하게 입덧을 했던 기억이 났다. ‘배가은이 설마 임신한 걸까? 그렇다면 누구의 아이일까? 박지훈의 아이일까?’ 머릿속에 이런 생각들이 스친 성유리는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두 사람 진도가 이렇게 빠르단 말인가?'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었다. 박지훈이 그녀와 관계를 가진 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이 나이대의 남자라면 그런 욕구가 있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자 왠지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점점 더 짜증이 났고 마음이 쉽게 안정되지 않았다. “알겠어. 지금 갈게.” 박지훈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아주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박지훈을 바라본 성유리는 그의 감정을 읽기 위해 눈을 똑바로 바라봤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성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배가은 씨 보러 갈 거라고 하니 전 이만 먼저 들어갈게요.” “너도 같이 가자.” 박지훈이 차 창문을 내리더니 나무 아래에 있는 민준에게 손가락을 튕겼다. 성유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박지훈을 바라보았다. “배가은 씨 몸이 안 좋다고 하는데 혼자 가면 되지, 왜 나까지 데려가시려고요?” “너 의사잖아. 그런데 너를 안 데려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