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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일단 병원에서 기다려. 지금 바로 갈 테니까.” “네.” 전화를 끊은 후 그는 회의실 문을 열려고 했다. 마침 누군가 문을 열고 나왔다. 정영준은 빠르게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대표님, 회의 총결을 지으셔야 합니다. 혹시 지금...” “못 해.” 정영준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박지훈은 말을 잘라버렸다. “급한 일이 생겼으니까 회의는 다음에 계속 이어서 하지. 구체적으로 언제 다시 할지는 내가 상황 보고 말해줄 거야. 참, 그리고 차 대기 시켜.” 정영준은 바로 공손하게 인사하며 대답했다. “네, 대표님.” 박지훈은 핸드폰을 옷 주머니에 넣고 성큼성큼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정영준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다급하게 떠나시는 걸 보면 성유리 씨 일 때문이겠지? 방금 그 연락도 성유리 씨가 한 건가?' 반 시간 후, 성유리는 박지훈의 차를 타고 배가은의 집으로 향했다. 운전기사가 눈치껏 가림막을 올리자 박지훈은 바로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물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배가은이 왜 갑자기 네 아이를 빼앗아 간 건데?” 성유리는 한참 고민하다가 나직하게 되물었다. “지훈 씨, 배가은 씨와는 무슨 사이예요?” “그것과 연관이 있는 거야?” 박지훈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그녀를 보았다. 성유리는 그런 그를 보며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배가은 씨가 저와 지훈 씨 사이를 의심하고 있었어요. 부정당한 관계라고, 제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거라면서 아림이를 제 곁에 둘 수 없다고 했었어요. 제가 아이한테까지 나쁜 걸 가르쳐줄까 봐...” 말을 마치자 남자의 부드러웠던 눈빛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는 이내 어처구니없는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황당하군.” 성유리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싸늘해진 그의 표정을 보게 되었다. 박지훈은 비록 평소에도 차가운 사람이었지만 이렇듯 싸늘한 표정은 잘 짓지 않았다. 보아하니 제대로 그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분명했다. 그녀의 안색도 어두워졌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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