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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성유리는 박철용의 눈빛 속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진심을 보았다. 그렇게까지 진솔한 시선을 마주하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먹먹함이 밀려왔다. 박씨 가문 위아래를 통틀어 성유리에게 진심으로 잘해주는 사람은 할아버지 박철용뿐이었다. 하지만 박진우와 성유리 사이에는 이미 돌아갈 길이 남아 있지 않았다. 성유리는 이를 꼭 깨물고 결국 마지막 비장의 말을 꺼냈다. “할아버지, 사실 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진우 씨가 아니에요.” 그 말이 떨어지자 박철용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 번졌다. “저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얼마나 황당하게 들릴지 압니다. 하지만 일이 더 걷잡을 수 없게 되기 전에 불확실한 변수는 애초에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 제 결정을 이해해 주시고 진우 씨를 위해서도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 성유리는 말을 최대한 부드럽게 돌려 했지만 박철용이라면 분명 그녀의 뜻과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지금 마당 한쪽 큰 나무 뒤에 서 있는 한 남자의 두 팔이 가슴 앞에서 단단히 엇갈렸다. 그의 손끝이 무의식적으로 힘을 주며 움찔했다. ‘유리한테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다니. 그 사람이 대체 누구란 말이지?’ 그동안 어떻게든 성유리와 박진우의 이혼을 성사하려 애썼지만 박진우는 도무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어젯밤 박진우가 방건우를 폭행했고 바로 다음 날 성유리는 이렇게 할아버지 앞에서 이혼 이야기를 꺼냈다. ‘이 타이밍에 저런 말을 꺼냈다는 건 정말 방건우가... 아닐까?’ 그 순간 정자 안의 공기는 점점 더 팽팽해졌고 박철용이 입을 열었다. “내가 하나 물어봐도 되겠니? 네가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람... 그게 누구냐?” 그러자 성유리는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사실 그녀 자신도 그 사람이 과연 마음에 둔 사람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저 빠르게 이혼을 성사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였을 뿐이다. 당연히 박철용 앞에서 그의 이름 석 자를 내뱉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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