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2화
성유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사실 성유리는 그보다도 더 마음이 아팠다. 할아버지가 남겨준 집을 끝내 지키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때 방건우가 불쑥 다가와 무심결에 성유리의 팔꿈치를 잡더니 망설임 없이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예상치 못한 포옹에 성유리는 심장이 한 박자 멎은 듯했고 그 감정은 쉽게 설명할 수 없었다.
사실 방건우가 성유리를 안아주는 건 처음이 아니었기에 굳이 뿌리칠 생각은 없었다.
예전 성한수가 세상을 떠난 그 시기에 방건우는 늘 성유리의 곁에 있었다. 성유리가 눈물 흘릴 때마다 방건우는 꼭 이렇게 품에 안아 주며 오빠처럼 다독여 주었고 그의 품은 늘 따뜻했다.
그런데 이번에 방건우는 유난히 성유리를 힘주어 안고 있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곧 강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 빠르면 이틀 안에 말이야. 그런데 이런 때 네 큰어머니, 큰아버지가 나타났으니... 정말 네가 걱정돼.”
성유리는 방건우의 가슴을 살짝 밀어냈다.
“괜찮아요. 선배, 돌아가셔도 돼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할 수 있어요.”
“이번에 가면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나도 몰라. 그러니까 꼭 스스로 잘 챙기고 무슨 일 있으면 제일 먼저 나한테 얘기해야 해. 알았지?”
방건우는 길고 단단한 손가락을 성유리의 뒷머리에 얹어 부드럽게 쓰다듬었고 성유리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방건우의 깊은 눈빛 속에는 쉽게 놓지 못하는 아쉬움이 서려 있었고 결국 성유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았어요.”
방건우는 고개를 숙이며 속으로 알 수 없는 쓰라림을 삼켰다.
사실 방건우가 이렇게 서둘러 떠나려는 건 이곳에 머무는 동안 마음이 크게 변하고 있음을 자신도 뚜렷하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방건우가 성유리에 대한 감정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하지만 방건우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성유리의 마음은 자신에게 있지 않으며 둘 사이에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다른 위험한 일이 벌어지기 전에 애초에 싹을 잘라야 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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