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3화
성유리의 눈을 조용히 바라보던 박지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 너 자신을 깎아내리면서 나를 높이려 하지 마...”
그 말에 성유리는 약간 놀랐다.
산 중턱에서 했던 그 말 때문에 화가 났던 거였구나...
“저도 그냥 그때 분위기를 위해서 한 말이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무슨 방법이 있겠어요?”
“성유리, 너는 충분히 훌륭한 사람이고 나와 아주 잘 어울려. 어느 부분에서나 다 잘 맞아. 그리고 넌 이미 오래전부터 내 마음속에 들어와 있어. 밖에서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부정하거나 깎아내리지는 마...”
진지한 표정으로 성유리를 바라보는 박지훈은 눈빛이 다정하고 순수했다.
진짜 고백은 아니지만 고백 이상의 의미를 지닌 말들은 성유리의 마음속 깊이 스며들었다.
“박지훈 씨, 왜 이렇게 진지해요?”
“왜? 내가 너무 진지하니까 무서워? 내 약속을 지킬 수 없을까 봐? 아니면 언젠가 나를 떠날까 봐 두려운 거야?”
손으로 성유리의 얼굴을 살포시 감싸 안은 박지훈은 시선이 점점 더 깊어져만 갔다.
갑작스러운 여러 질문에 성유리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사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성유리는 확신이 별로 없었기에 박지훈에게 아무 약속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박지훈 씨, 저...”
“어쨌든 이미 이혼했으니 적어도 반은 성공한 셈이야. 그래서 다른 일은 걱정하지 마. 모든 건 내가 할 테니.”
‘모든 건 내가 할 테니.’
이 한 마디에 성유리는 가슴 속에 참을 수 없는 씁쓸함이 피어올랐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성유리는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버림받은 듯한 느낌,오랜 결혼 생활 동안 받지 못했던 관심을 이 남자에게서 받고 있었다.
사라진 줄 알았던 사랑이라는 마음이 싹을 틔우며 땅을 뚫고 나오는 것만 같았다.
이런 느낌에 성유리는 들뜨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성유리는 눈앞의 남자를 바라본 순간 갑자기 끌어안고 키스하고 싶은 강한 충동이 느껴졌다.
하지만 박지훈이 한 발 더 빨리 고개를 숙여 성유리의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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