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1화
고개를 든 박지훈은 밖으로 걸어 나오는 성유리를 보았다.
그 뒤에 심규찬도 있었다.
담담한 얼굴로 박지훈을 흘끗 본 성유리는 재빨리 옆 병실 문 앞에 서 있는 여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은 휴식 시간대라 당직 의사가 많지 않은 상황, 간호사 한 명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성유리가 간호사보다 한발 앞서 옆 병실로 걸어 들어갔다.
따라 들어간 박지훈과 심규찬도 병상에 누워 있는 어린 소녀를 긴장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성유리는 병상 앞에 도착하자마자 재빨리 아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간호사가 급히 성유리를 잡아당기며 아이에게 다시 손대지 못하게 했다.
“이미 의사에게 연락했어요. 보호자가 아닌 분들은 여기에서 나가 주세요.”
“아이가 이미 심장마비 상태입니다. 지금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해요. 기다릴 시간이 없어요!”
소매를 걷어붙인 성유리는 하얀 침대에 무릎을 꿇은 다음 아이의 가느다란 허리를 가로질러 응급 처치를 시작했다.
“선생님, 우리 전문 의사에게 맡기세요...”
“이분 의술이 여기 있는 모든 의사보다 뛰어날 거예요, 그러니 구급처치 방해하지 마세요.”
심규찬이 재빨리 손을 내밀어 간호사를 한쪽으로 끌어당겼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성유리와 아이에게 고정되었다.
하지만 박지훈의 시선은 성유리의 손등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성유리의 손등에 있는 주사 자국은 그녀가 한 번 또 한 번 심폐소생술을 함에 따라 주사 자국을 통해 핏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점점 더 많이 흘러내려 어느새 어린 소녀의 환자복 위로 떨어졌다.
짙은 붉은 색은 마치 화려하게 핀 꽃처럼 제멋대로이고 도도했다.
가슴 깊은 곳에서 강렬한 씁쓸함이 밀려온 박지훈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뇌리에는 저도 모르게 보육원의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 성유리가 불바다에 빠졌을 때 박지훈이 그녀를 구출한 후에도 지금처럼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했었다.
돌이켜 보니 그들은 어느새 꽤 먼 길을 걸어왔다.
반년의 시간이었지만 마치 한 세기처럼 길게 느껴졌다. 반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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