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9화
사고 현장으로 가는 길에 성유리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지금처럼 겁이 났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박지훈이 정말 그 비행기를 탔을까 봐, 정말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이 순간 모든 후회가 순식간에 성유리의 마음을 휘감아 오랫동안 떨쳐낼 수 없었다.
‘왜 그 사람과 연락하지 않았을까. 왜 조금 더 일찍 내 마음을 말하지 않았을까...’
수많은 생각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며 괴롭혔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후 성유리는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솟구치는 불길을 보았다.
격하게 피어오르는 연기가 눈보라 치는 하늘 속으로 계속해서 솟구쳤다.
짙은 연기가 심장을 태우는 것처럼 마음에서 피가 철철 흘렀다.
눈보라가 휘몰아쳤지만 타오르는 불길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성유리는 참혹한 현장을 바라보며 재빨리 차 문을 열고 망설임 없이 내렸다.
다리가 후들거리며 온몸이 비틀거렸다.
심장을 통째로 꺼낸 것처럼 전례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현장에는 여전히 소방대원들이 남아 계속해서 불을 끄고 있었다.
하늘을 뒤덮은 울부짖음이 모든 이의 귀청을 울렸다.
“아빠, 아빠...”
“우리 아가! 이제 겨우 여덟살인데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을까. 앞날이 창창한 애를... 왜 하필 내 아이야, 왜 하필!”
“여자 친구가 죽었어요. 결혼하기로 했는데, 3개월 뒤면 결혼하는데...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
하나둘 귓가에 들리는 소리가 칼날처럼 성유리의 가슴을 깊숙이 찔렀다.
들려 나간 시신들은 모두 흰 천으로 덮여 있었고 일부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단다.
성유리가 사람을 찾아 헤매려는데 진미연이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
“유리야, 일단 진정해. 아직 사망자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어. 곧 공개할 텐데 그 사람이 비행기를 타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
혼란스러웠던 성유리의 머릿속이 진미연의 말에 서서히 차분함을 되찾았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진미연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 비행기밖에 없잖아. 그 사람도 오늘 오는데...”
“안 왔거나 미리 왔을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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