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4화
정영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며 마지막엔 감히 고개를 들어 남자의 눈을 바라보지도 못했다.
‘이번 일로 이미 충분히 화가 난 상태인데 이젠 범인이 도망까지 갔으니...’
자칫 화가 난 상대가 그에게 분풀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차마 더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박지훈이 온몸으로 싸늘한 기운을 풍기며 주위에 저기압이 감돌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는 가볍게 말했다.
“그래, 알았어. 일단 나가봐.”
“네, 대표님.”
정영준은 재빨리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 마치 허둥지둥 도망치는 토끼 같았다.
박지훈의 시선이 창밖의 하얗게 쌓인 눈으로 향했다.
온몸으로 내뿜는 저기압이 눈으로 뒤덮인 풍경처럼 숨 막힐 정도로 차갑게 느껴졌다.
그날 호텔에서 기호가 직접 유 사장이 한 여성 인플루언서의 작품을 사고 성유리의 가게까지 찾게 되었다고 말했다.
줄곧 성유리가 ‘하성'일 거라 의심했지만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번에 유 사장의 입에서 단서를 캐내려 했으나 다 잡은 쥐새끼가 이렇게 도망칠 줄이야.
서류를 들고 있던 남자의 손에 계속해서 힘이 들어갔다.
그렇다면 이번이 그가 진실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순간이었다...
성유리는 그에게 SNS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
기호가 말했듯 상대는 유명한 여성 인플루언서라고 했다.
옥기를 다루는 여성 인플루언서 중 최근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사람은 하성뿐이었다.
성유리와 하성, 둘 다 이름에 ‘성’이 들어가고 하성의 집 바닥이 성유리네 다락방 바닥과 똑 닮았다.
수많은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맴돌며 도무지 떨쳐내지 못했다.
‘대체 진실이 뭘까.’
알아낸 게 없지만 생각할수록 궁금해졌다.
바로 그때,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여 보니 배가은이 걸어온 전화였다.
박지훈은 원래 받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그녀가 계속 걸어오자 결국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남자의 목소리는 차갑고 냉담했으며 시선은 계속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화기 너머로 배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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