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2화

게다가 어제 박진우가 벨뷰 레지던스에서 성유리를 잡았을 때 박진우가 자신과 박지훈의 관계를 이미 눈치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성유리는 이미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뻔했다. 박진우는 어떻게든 증거를 찾아 그들의 관계를 폭로하려 할 것이다. 이런 절박한 시점에 박씨 가문 본가에 가는 것은 사실 적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할아버지께서 직접 초대하셨기에 거절할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현재 성유리에게 있어 가장 난처한 문제였다. “유리 누나, 유리 누나...” 익숙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성유리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별일 없어. 어제 잠을 잘 자지 못한 탓에 오늘 좀 피곤해서 얼굴색이 안 좋아 보이는 것 같아.” 심규찬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럼 오늘 저녁에는 푹 쉬세요.” “응.” 성유리는 겉으로 이렇게 대답했지만 속으로 오늘 밤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무언가 일이 터질 것만 같은 불안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았고 강렬한 불안감은 오랫동안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저녁, 성유리는 원래 박씨 가문 본가에 가기 전에 박지훈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했지만 시간이 촉박해 결국 보내지 못했다. 어제 벨뷰 레지던스를 떠난 이후, 박지훈은 이틀 동안 그녀에게 전화도 하지 않았고 메시지조차 없었다. 그래서 오늘 밤 본가에 돌아올지조차 알 수 없었다. 성유리는 포르쉐를 운전해 박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 설날이 다가오는 시점, 산길의 가로등에 장식들이 가득 걸려 곳곳에서 흥겨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본가 대문 앞에 도착한 성유리는 마당에 박진우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박지훈의 마이바흐는 보이지 않았다. 저녁 6시, 회색빛으로 물든 흐린 하늘, 무겁고 답답한 공기, 오늘 밤에는 눈이 많이 내릴 것 같았다. “여긴 왜 왔어?”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성유리는 이내 정자에 서 있는 남자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바로 박진우였다. 아마 조금 전까지 전화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성유리가 온 것을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