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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박진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유리가 끼어들었다. “같이 지낸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나도 똑같이 변한 것 같네요.” 박진우가 암울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가 똑같다는 거지?” 성유리가 귓가에 다가가 또박또박 말했다. “아무것도 망설일 게 없어요.” 성유리는 온몸의 힘을 다해 그의 손을 뿌리치고 망설임 없이 돌아서서 자신의 차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박진우의 눈앞에서 차를 몰고 사라졌다. 망설일 게 없다는 말이 박진우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돌며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분노에 찬 그가 순간 주먹을 꽉 쥐었다... ‘정식으로 만날 생각인 거야? 절대 그렇게 두지 않아!’ 오후, 병원. 성유리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을 때 익숙한 실루엣이 입구에서 들어왔다. 모자와 마스크를 쓴 상대는 얼굴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성유리는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바로 알아차렸다. 양아현이었다. “무열 씨, 이분이 진료받으러 온 건지 확인하고 그게 아니라면 내보내요.” 성유리는 상대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기선을 제압했다. 양아현은 화가 났지만 속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고 담담하게 말했다. “서둘러 쫓아내지 마요. 그저 몇 마디 물어보려고 온 거니까. 일 끝나면 휴게실로 날 찾으러 와요...” “꼭 우리 병원이 그쪽 공간인 것처럼 얘기하네요?” 진무열이 손을 뻗어 양아현 앞을 가로막으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했다. 양아현은 그런 그를 흘깃 쳐다보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지나쳐 곧장 휴게실로 향했다. 진무열은 그녀의 고고한 태도를 보고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다. 그래서 양아현이 휴게실로 향하려는 순간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꽉 잡더니 곧바로 문 쪽으로 끌고 갔다. “나 건드리지 마요. 이거 놔요!” “누구는 건드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요?” 진무열은 그녀를 내던진 뒤 노려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진료받으러 온 게 아니면 나가요. 유리 누나가 그러라고 했잖아요.” 양아현은 순간 화가 치밀었지만 신분 때문에 차마 그와 다투지 못했다. 인지도가 있어서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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