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3화
박지훈의 병세가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변할 줄은 성유리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왜 말을 안 해?”
박지훈은 낯설고 경계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묻잖아. 당신 누구야? 왜 내 집에 있는 거야?”
그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성유리는 한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도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이 현실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가 자신을 잊은 건 너무 갑작스러웠다.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그는 왜 아직도 안 오냐며 다정하게 문자를 보냈었다.
성유리의 눈가에 금세 눈물이 맺혔지만, 그녀는 어떻게든 감정을 억눌렀다.
지금 흔들리면 그는 자신을 집에서 쫓아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지훈 씨 여자친구예요.”
“그래요? 그런데 왜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당신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데.”
박지훈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
“지훈 씨는 지금 기억이 혼란스러워요. 후유증이 심해지면서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은 거예요. 그래서 나를 기억 못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지훈이 단호하게 끊었다.
“내 기억이 혼란스럽다고? 그럴 리가 없어. 나 지금 아무 문제도 없는데?”
그 말에 성유리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는 이제 자신이 기억이상 환자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게 되는 걸까?
그녀는 더는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박지훈이 다시 물었다.
“그럼 증거는? 당신이 정말 내 여자친구라는 증거.”
그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성유리는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떠올렸다. 둘이 함께 찍은 사진, 함께한 추억들.
하지만 박지훈은 천재 같은 기억력의 소유자였다.
단순한 사진 몇 장으로 설득할 수 있을까?
그때, 성유리는 문득 얼마 전에 박지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만약 내가 언젠가 너를 잊더라도, 내 몸은 절대 널 잊지 않을 거야.’
그녀는 그 말을 떠올리자마자 망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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