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8화
한주는 낯선 곳이라 혹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도와줄 사람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번 박지훈의 치료가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도 확실하지 않았기에 사람은 많을수록 나을 것 같았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성유리는 장규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제 출발합니다. 오후쯤 도착할 것 같아요.’
비행기가 이륙하고 한참이 지나자, 성유리는 피로에 지쳐 일등석 좌석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성유리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눈을 뜨자마자 박지훈의 얼굴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지훈 씨, 왜 그래요?”
“시간이 너무 길어서... 그냥 옆에 있고 싶었어.”
성유리는 어이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박지훈은 기억을 잃고 난 뒤부터 전보다 훨씬 더 그녀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그래요. 그럼 여기 기대서 쉬어요.”
그녀는 조용히 그의 등을 토닥였다.
그제야 박지훈은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비록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그녀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에게 가까이 있고 싶었다. 손끝으로 닿고 품 안에 두고 싶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오래전부터 사랑해 온 사람처럼 느껴졌다.
한주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세 시쯤이었다.
그들을 마중 나온 사람은 장규진의 아들, 장용훈이었다.
그는 직접 그들을 손님방으로 안내한 뒤, 잠시 후 장규진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성유리는 오랜만에 장규진을 다시 마주하자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오랜 세월 전, 할아버지와 장규진이 함께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기억이 눈시울을 붉혔다.
“유리야, 정말 왔구나...”
오랜만에 마주한 장규진의 눈가도 젖어 있었다.
“장 할아버지, 오랜만이에요.”
성유리는 다가가 두 손으로 그의 손을 꼭 잡았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거의 10년이 되었고 성유리 역시 10년 만에 장규진을 다시 보는 셈이었다.
장규진은 예전보다 한층 더 늙어 있었지만, 정신은 여전히 또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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