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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0화

고개를 돌리자, 주방 문가에 서 있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키가 약 185cm쯤 되었고, 하얀색 캐주얼 차림에 금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차분하고 단정한 인상, 게다가 얼굴도 상당히 잘생겼다. 나이는 자신보다 조금 어려 보였다. 그 순간, 성유리는 문득 장규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 약재는 내 장손, 우한이 거야.’ 눈앞의 이 남자가 아마 바로 그 장우한일 것이다. 성유리는 손에 묻은 물기를 닦고 서둘러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장 할아버지의 장손, 우한 씨 맞죠?” “네, 맞습니다.” 짧은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조리대 앞에 나란히 섰다. 가장 먼저 화제가 된 사람은 진무열이었다. 알고 보니 진무열이 말하던 ‘스승님’이 바로 장우한이었다. 그 인연 덕분에 두 사람은 금세 가까워졌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의학적인 견해가 놀라울 정도로 잘 맞았다. 그 덕분에 장우한은 그녀와 처음 만났음에도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느껴졌다. “무열이한테 들었어요. 가족 중 한 분이 치료 때문에 오셨다던데, 그분은 혹시 어떤 관계세요?” 성유리는 잠시 머뭇하다가 조용히 답했다. “제 남자친구예요.” “아... 그렇군요.” 장우한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눈빛에는 알아채기 힘든 실망이 스쳤다. 지금껏 그는 이렇게 의학적 견해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이렇게 아름답기까지 한데... 두 집안의 어른들은 예전부터 인연이 깊은 사이였고 서로가 각자의 길에서 훌륭한 후계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남자가 있었다. 그 생각에 장우한의 마음은 알 수 없는 아쉬움으로 흔들렸다. 그는 문득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떤 남자가 그녀의 마음을 얻은 걸까. 그녀가 직접 그를 데리고 이 먼 길까지 와서 기억을 되찾아주려 애쓸 만큼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문밖에서 정영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유리 씨, 대표님이 깨어나셨어요. 계속 유리 씨를 찾고 계십니다.” 성유리는 이미 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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