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5화
박지훈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여 복부 위에 올려져 있는 안지혜의 손을 잡아 뿌리친 뒤 몸을 돌려 안지혜를 노려보며 말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방금 말했잖아요. 부모님끼리 한 약속을 지키려고 온 거라고요. 그래서 지훈 씨와 최대한 빨리 결혼하고 싶어요. 그뿐이에요.”
안지혜는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주저하지 않고 박지훈의 말에 대답했다.
“안지혜 씨, 저와 안지혜 씨 사이의 혼사는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날부터 이미 무효가 되었어요. 그때 분명 말하지 않았나요?”
“하지만 저는 그 요구 받아들일 수 없어요. 내 마음속 약혼자는 지훈 씨뿐이니까요...”
안지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지훈이 한마디 했다.
“그런 말 다음부터 절대 하지 마세요. 특히 유리 앞에서는 더더욱 하지 마세요. 유리야말로 내 진짜 약혼녀예요. 나 이미 유리에게 청혼했고 외부에도 공식적으로 발표했어요!”
“지훈 씨!”
“그만하고 빨리 집에 가세요. 괜히 우리 집 앞에 있지 말고요!”
그러고는 앞에 있는 여자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빠른 걸음으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들어갔을 때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성유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방에 갔겠지...’
바로 2층으로 달려간 박지훈은 문 앞에 도착하자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문손잡이를 잡았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박지훈은 멍해졌다.
‘정말로 화가 난 걸까? 문조차 열어주지 않다니.’
하긴, 그럴 만하기도 했다.
안지혜가 뒤에서 끌어안은 그 장면은 충분히 오해를 살만했기 때문이다.
만약 모르는 남자가 갑자기 집 앞에 와서 성유리를 끌어안았다면 본인도 분명히 오해했을 것이다.
“유리야, 문 열어...”
박지훈은 손으로 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여러 번 두드려도 성유리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너무 궁금해 문에 귀를 대보니 예상치 못하게 안에서 샤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박지훈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화난 거 아니었나? 왜 갑자기 샤워를 하는 거지?’
방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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