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4화
성유리는 안지혜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한마디 되물었다.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어제 박지훈 씨에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그 말에 안지혜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씩 웃었다.
“모르고 있나 보네요?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하는 안지혜의 한마디에 말 속에 또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았다. 안지혜의 표정을 보면 충분히 오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들은 성유리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원래 어젯밤에 박지훈에게 따져 물었어야 했는데 어젯밤에 만나자마자 다퉜고 오늘 아침에 또 일이 터져서 급하게 본가를 떠났기 때문에 어젯밤 일에 대해 미처 이야기하지 못했다. 그래서 성유리는 지금까지도 어젯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박지훈이 어제 본가에 나타날 수 있었다는 것은 문제가 이미 해결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과정이 어떻든 성유리는 더 이상 묻고 싶지 않았다.
알면 알수록 마음만 아프고 상처만 받을 테니까...
하지만 눈앞에 있는 안지혜의 득의양양한 표정을 보고 나니 상대방의 생각을 알아보고 싶어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지훈 씨가 아무 말도 안 해줬거든요. 어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두 사람이 정말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성유리 씨가 지훈 씨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네요.”
안지혜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어제 지훈 씨 옆에 있던 사람 나예요. 대신 전화도 받았는걸요?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아요? 궁금하지도 않아요?”
성유리는 순간 주먹을 꽉 쥐었다.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손 관절이 하얗게 변할 정도였다.
성유리는 당연히 진실을 알고 싶었다. 어찌 알고 싶은 것뿐이겠는가? 일분일초 뭐했는지 꼬치꼬치 캐묻고 싶었다.
“묻고 안 묻고는 나와 지훈 씨 일이에요. 안지혜 씨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성유리는 매우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없었으면 좋겠어요. 지훈 씨에게 나 성유리라는 약혼자가 있는데 뒤에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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