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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심드렁한 얼굴로 안지혜에게 대답한 성유리는 눈빛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 그러더니 상대방이 대답하기도 전에 성큼성큼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갔다. 안지혜가 계속 들어오려고 하자 성유리는 문을 세게 닫아버렸다. 문이 닫히는 요란한 소리가 주변 구석구석까지 퍼져 나갔다. 문전박대를 당한 안지혜는 싸늘한 눈빛으로 멀어져가는 성유리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여태껏 안지혜를 이토록 하대한 사람은 없었다. 보아하니 두 사람이 원수가 되는 건 불가피한 것 같았다. 저녁, 안정 그룹 대표이사 사무실. 박지훈이 손에 든 자료를 내려놓았을 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고개를 든 박지훈은 들어온 사람이 비서 정영준인 것을 보고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조사해 봤어?” “네, 했습니다.” “누구야?” 박지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정영준을 똑바로 바라보자 정영준은 숨김없이 말했다. “이 일이 안지혜와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지혜의 매니저가 신고한 거였습니다.” “안지혜 매니저가 신고한 거라고?” 박지훈의 눈에 싸늘한 기운이 서렸다. 그 모습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정영준은 숨김없이 말했다. “네, 맞습니다.” 생각에 잠긴 박지훈은 손에 든 자료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만약 이 일이 안지혜가 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만했다. 어제 저녁의 작전이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박지훈에게 앙심을 품고 성유리에게 복수한 것 같았다. 어제 저녁 일을 성유리에게 설명도 못 했는데 안지혜는 어느새 성유리에게 손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야말로 속셈이 이만저만이 아닌 여자였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박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정영준이 한마디 물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남자는 고개를 들더니 정영준의 눈을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안지혜의 일은 일단 신경 쓰지 말고 먼저 진 국장에게 연락해 유리 개인 병원의 조사가 어디까지 됐는지 물어봐. 만약 정말로 문제가 발견되면 나에게 미리 말해. 내가 처리할 테니. 근데 아마 별문제는 없을 거야...” “저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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