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9화
박지훈은 그녀를 벽 쪽으로 몰았다.
그의 두 손이 성유리의 어깨를 단단히 눌렀고 주위 공기마저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정적 속에서, 그는 말 한마디 없이 그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성유리 역시 고개를 들어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는 순간 공기는 팽팽하게 얼어붙었다. 그 긴장감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
잠시의 침묵 끝에 결국 성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붙잡고 있을 건가요?”
박지훈은 분노로 이마 핏줄마저 불거졌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거칠게 들어 올렸다.
그 시선은 곧 그녀의 목덜미로 옮겨갔다. 마치 뭔가를 확인하려는 듯 눈빛이 서늘하게 스쳤다.
그 순간 성유리는 모든 걸 알아챘다.
이건 의심이었다. 그가 자신을 얼마나 믿지 못하는지 그 행동이 증명하고 있었다.
성유리는 입꼬리를 올리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뭘 확인하는 거예요? 그 남자가 내 몸에 무슨 흔적이라도 남겼는지?”
“그럼 뭐겠어?”
그는 그녀의 턱을 쥔 손에 더 힘을 줬다.
“그날 본가에서 그 인간이 널 그렇게 함부로 만졌는데, 오늘은 네가 그 인간 집까지 갔잖아. 내가 어떻게 믿어!”
박지훈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억눌러왔던 질투와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성유리는 더는 참지 않았다.
“좋아요, 그럼 우리 어젯밤 이야기를 해보죠. 지훈 씨는 나한테 설명할 게 없어요?”
박지훈의 긴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잠시 후, 그는 그녀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돌아서서 소파 쪽으로 걸어갔다.
성유리도 그를 따라가 침대 끝에 앉았다.
한참의 침묵 끝에,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젯밤 나랑 그 여자 사이엔 아무 일도 없었어.”
성유리는 냉정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런데 왜 그 여자와 식사를 한 거죠? 누가 먼저 약속을 잡은 건데요, 당신이에요? 아니면 그 여자예요?”
박지훈은 두 손을 무릎 위에 얹고 시선을 컵에 고정한 채 천천히 말했다.
“내가 정영준에게 연락하게 했어. 원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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