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시아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그와 안해린의 관계를, 그의 모든 속임수와 배신을...
그렇다면 그가 스스로 덮어두고 연기했던 모든 것들이 그녀의 눈에는 얼마나 서툴고 우스꽝스러운 광대극처럼 보였을까?
박태준은 바닥에 놓인 이혼 서류를 보며, 자신의 세상이 이 순간 완전히 무너지고 산산이 조각나는 것을 느꼈다.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공포가 차가운 물처럼 그의 사지를 순식간에 덮쳤다. 그는 급히 고개를 들고, 붙잡힌 팔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한성월에게 물었다.
“엄마, 서연이는 어디 있어요? 대체 어디 간 거예요? 말해 줘요!”
한성월은 그가 넋을 잃고 허둥대는 모습에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몰라.”
박태준은 거의 절규하듯 소리쳤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요? 서연이는 엄마 말을 제일 잘 듣잖아요! 분명 엄마한테 말했을 거예요!”
한성월은 그의 말을 막았다.
“내가 안다고 해도 너한테 말해주지 않을 거야! 박태준, 너와 그 안씨 계집애가 합심해서 서연이를 이렇게 망가뜨렸을 때, 넌 이미 서연에 대해 어떤 것도 물어볼 자격을 잃었어!”
“박씨 가문에는 너처럼 은혜를 모르는 파렴치한 아들이 없어! 온서연에게도 너처럼 개만도 못한 남편이 없어! 당장 여기서 꺼져! 내 집안 더럽히지 말고!”
한성월이 말을 마치고는 힘껏 손을 휘둘렀다. 고용인들은 박태준을 풀더니 가차 없이 박씨 가문 고택의 대문 밖으로 내보냈다.
육중한 대문이 그의 등 뒤로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박태준은 멍하니 문밖에 서 있었다.
눈 부신 햇살이 그를 비췄지만 그는 조금의 온기도 느끼지 못하고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
그는 어떻게 그 텅 빈 저택으로 돌아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문을 열자 방안은 여전히 적막했다.
공기 중에는 그날 밤, 시아가 그녀를 밀쳤고 뜨거운 물에 손등이 붉어졌을 때, 온서연의 절망적이면서도 차분했던 눈빛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듯했다.
“걱정하지 마. 곧 있으면 너에게는 안해린이라는 엄마만 있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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