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박태준은 바닥에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는지 모른다. 문밖에서 작은 발소리와 함께, 잠투정 섞인 시아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아빠 왔어요?”
박태준은 번쩍 정신을 차리고 아무렇게나 얼굴을 닦은 뒤 팔로 몸을 지탱하며 바닥에서 일어섰다. 그는 심호흡하고 표정을 애써 다듬은 뒤 문을 열었다.
시아는 잠옷 차림으로, 색종이와 반짝이 풀로 삐뚤빼뚤하게 만든 작은 액자를 안고 작은 얼굴을 들어 올린 채 기대에 찬 큰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 엄마한테 줄 선물이에요. 엄마가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엄마는 어디 있어요? 아직 자요?”
시아는 말을 하면서 발끝을 세우고 박태준의 뒤편 침실 안을 엿보았다. 텅 빈 침실이 한눈에 들어오자 시아는 얼굴에서 미소가 굳어지더니 의아하게 박태준을 돌아보았다.
“아빠, 엄마 여기 없어요?”
박태준의 목구멍이 조여들며 마치 무언가에 막힌 듯했다. 그는 딸의 손에 들린, 투박하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수공예 선물을 보며 심장이 바늘로 콕콕 찔리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는 이 네 살짜리 아이에게 그동안 엄마라고 불렀던 온서연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와 안해린의 속임수 때문에, 본래 자신의 것이었어야 할 엄마가 완전히 떠나버렸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가 심하게 갈라졌다.
“엄마는... 엄마는 여행을 갔단다.”
시아는 눈을 깜빡이며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물었다.
“어디로 여행 가셨어요? 왜 시아랑 같이 안 가셨어요? 엄마는 언제 돌아오세요?”
딸의 연이은 질문에 박태준은 곤혹스러워 시선을 돌리며 그 순수한 눈을 똑바로 마주 볼 수 없었다. 그는 그저 얼버무리며 시간을 끌 수밖에 없었다.
“아주 먼 곳으로 갔어. 돌아오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거야.”
시아의 얼굴이 시무룩해지더니 액자를 꼭 껴안고 실망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하지만 시아는 엄마가 보고 싶어요. 엄마한테 제가 만든 선물 보여주고 싶어요.”
박태준은 몸을 웅크리고 딸을 부드럽게 껴안았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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