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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CCTV 화면 속에서, 방금 ‘순종적으로’ 떠났던 안해린은 지금 온서연의 사무실에 서 있었다. 박태준이 빠르게 다가가 문을 잠갔다. 안해린은 책상 위 선물들을 훑어보며 질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박 대표님 정말 손이 크시네요. 언니한테는 이렇게 많이 사주시고, 저는 없나요?” 박태준은 낮게 웃으며 양복 안주머니에서 벨벳 상자를 꺼냈다. “어떻게 우리 혜린이를 잊었겠어? 봐, 특별히 너만을 위해 만든 거야.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거야.” 안해린은 깜짝 놀라며 그것을 받아 들었다. 극도로 정교한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 그녀는 즉시 그에게 달려들어 안기며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태준 오빠, 정말 사랑해요!” 온서연의 마음은 마치 얼음송곳에 다시 한번 강하게 찔린 듯 아팠다. 그녀에게 준 것은 상품이었고, 안해린에게 준 것은 유일무이한 것이었다. 알고 보니 그의 마음속에서는 이것이 그녀들의 차이점이었다. 화면 속에서 두 사람은 꼭 껴안고 있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게 그들의 입술은 부드러운 탐닉에서 격렬한 키스로 변했다. 박태준은 사무실 책상 위의 명품들을 모두 바닥에 쓸어버리고 안해린을 번쩍 안아 온서연의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음...” 안해린은 나른한 신음을 내뱉었고 팔은 물뱀처럼 그의 목을 감쌌다. 사무실에는 다급한 숨소리만이 남았다. 온서연은 화면을 뚫어지라 바라보며 손톱이 손바닥에 깊숙이 박힐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지만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박태준이 그녀의 사무실에서 다른 여자와 뜨거운 관계를 맺고 있다니. 그가 과거에 오직 그녀에게만 보여주었던 열정들이, 지금은 황산처럼 그녀의 심장을 부식시켰다. 그녀는 휴대폰을 조용히 껐다. 더 보았다가는 자신도 모르게 뛰쳐나가 모든 것을 찢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것은 온서연다운 행동이 아니었다. 그녀는 몸을 돌려 숨 막히는 이곳에서 한 걸음씩 멀어졌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박태준은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얼굴에는 온서연이 한때 가장 사랑했던 다정함이 깃들어 있었다. “왔어? 손 씻어. 곧 밥이 다 돼.” 그의 자연스러운 미소를 보며 온서연은 그의 연기력이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느꼈다. 식탁 위에서, 박태준은 그녀에게 정성스럽게 반찬을 집어주었지만 온서연은 가끔만 대답할 뿐 밥맛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식사 후, 박태준은 자연스럽게 팔을 그녀의 허리에 둘렀다. 따뜻한 손바닥이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암시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온서연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그녀는 벌떡 몸을 일으켜 그의 손길을 피했다. 박태준은 어리둥절했다. “서연아, 왜 그래?” 온서연은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역겨움을 억누르고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아 생일이 곧 다가오는데, 시아가 어떤 생일 파티를 원하시는지 물어보려고요.” 그녀는 그가 반응할 기회를 주지 않고 서둘러 아이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시아는 이미 카펫 위에 앉아 만화 퍼즐에 집중하고 있었다. 온서연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아이는 작은 얼굴을 들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시아 좀 도와줘요. 시아 여기 못 맞춰요.” 온서연은 걸어가서 딸이 내민 몇 조각의 퍼즐을 받아 들었다. 그녀는 시아의 순수하고 티 없는 커다란 눈을 보았다. 그 눈매가... 정말로 안해린을 점점 닮아가고 있었다. 심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꽉 움켜잡힌 듯, 질식할 듯한 고통이 퍼져 나갔다. 시아는 그녀가 뼛속까지 아끼고 모든 모성애를 쏟았던 아이였다. 하지만 결국 아이는 남편의 배신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증거였고, 매일 밤낮으로 그녀의 어리석음과 우스움을 상기시켰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눈 속에서 넘실대는 고통을 감추며 시아의 곁에 앉아 말없이 퍼즐 조각들을 하나씩 제자리에 맞췄다. “시아야.” 그녀는 목소리가 조금 쉰 듯 나직하게 말했다. “생일이 곧 다가오는데 시아는 생일파티에 누구를 초대하고 싶어?” 시아는 그 말을 듣자마자 눈빛을 반짝이며 빛나며 신나게 말했다. “시아는 해린 이모가 왔으면 좋겠어요! 엄마, 해린 이모를 초대해 줄 수 있어요? 시아는 해린 이모가 제일 좋아요!” 온서연의 심장이 마치 거대한 망치에 맞은 듯 숨쉬기조차 힘든 답답함을 느꼈다. 그녀는 억지로 참으며 부드럽게 물었다. “그래? 시아는 왜 해린 이모를 그렇게 좋아해?” “해린 이모가 시아한테 제일 잘해줘요!” 시아는 손가락을 꼽으며 말했다. “지난주에 아빠랑 해린 이모가 시아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갔어요. 해린 이모가 시아한테 제일 큰 솜사탕 사주고 비행기도 같이 타줘서 하늘 높이 날았어요! 그리고 또, 지난번에 아쿠아리움 갔을 때 아빠가 시아를 안아주고, 해린 이모가 시아 손잡고 우리 같이 예쁜 물고기 봤어요! 해린 이모가 앞으로도 시아랑 자주 놀러 다니고, 시아한테 예쁜 드레스랑 인형 많이 사주겠다고 했어요!” 하나하나의 단어가 마치 독이 묻은 칼처럼 온서연의 심장을 맹렬하게 찔렀다. 놀이공원, 아쿠아리움, ‘아빠가 안아주고, 해린 이모가 손잡고’... 얼마나 행복한 세 식구의 모습인가! 그녀가 다박 그룹을 위해 밤을 새워가며 일하며 밤낮없이 뛰어다니고 있을 때, 그들은 이미 그녀를 등지고 또 다른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라는 이른바 엄마는 그저 속고만 있은 채 다른 사람의 아이를 대신 키워준 봉이 아니었던가! 온서연은 딸의 신나는 작은 얼굴을 보며 모든 의문이 풀렸다. 왜 시아와 안해린은 그렇게 본능적으로 친하게 지내고, 왜 안해린은 시아를 볼 때마다 은밀한 소유욕을 드러냈는지. 그녀는 손을 뻗어 시아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알았어.” 그녀의 목소리는 한숨처럼 가벼웠다. “이제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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