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마지막 한 달, 나는 할머니를 모시고 세계 곳곳을 돌며 우리가 보지 못했던 풍경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할머니 곁에서 마지막 가시는 길까지 지켜드리고 싶었는데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운명은 내게 너무나도 가혹했지만, 그런 내게 유일한 행운이 있었다면 그건 바로 할머니를 만난 것이었다.
“할머니,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내가 눈을 감던 날, 밖에는 눈이 내렸다.
내 영혼은 허공을 떠돌며 눈이 퉁퉁 붓도록 우는 할머니를 지켜보았다.
서이준은 아름다운 흰 국화 한 다발을 들고 와, 오랫동안 내 무덤 앞을 지켰다.
그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그는 내 흑백 사진을 가만히 어루만지며 말했다.
“지아야, 다음 생에는 나를 선택해주면 안 될까. 절대 배신하지 않을게. 아니다, 다음 생에는... 그저 평안하게 오래도록 살기를 바랄게.”
그는 조문하러 온 송현우를 밖에서 막아섰다.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송현우, 나한테 뭐라고 약속했었지. 네가 무슨 자격으로 여기 나타나. 대체 어떤 신분으로 지아에게 조의를 표하겠다는 거야.”
“한 번만 만나게 해줘, 딱 한 번만.”
결국 그는 나를 보지 못했고 매일같이 술집을 전전하며 만취한 채 지냈다.
그는 일에만 미친 듯이 매달리기 시작했고 진아린을 지하실에 가둔 채 밤낮으로 괴롭혔다. 그의 몸은 날이 갈수록 쇠약해졌다.
내 영혼이 스러져갈 즈음에도 그는 더 이상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가 씁쓸하게 웃는 것을 보았다.
“지아야, 모두 내가 받아야 할 벌이야.”
그 순간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영혼이 점점 가벼워졌다.
‘송현우, 다음 생에도, 그다음 생에도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