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화
사고가 일어난 뒤로 벌써 스무여 날째, 이루나는 이성태를 찾아간 날 이후 단 한 번도 서태준의 상태를 확인하러 간 적이 없었다.
그래서 서태준의 문자를 받은 지금, 가슴이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뛰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이 상처를 준 사람의 걱정을 하는 이 상황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정상적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걸 보니 다행히 많이 괜찮아진 듯했다.
바로 며칠 전에 서씨 가문과의 모든 인연을 다 끊어버리겠다고 결심했던 터라 사실 이대로 차단해 버린 후 무시하고 싶었지만 차 사고 당시의 모습과 더럽게 얽힌 관계에서 유일하게 깨끗했던 사람이 서태준인 걸 떠올리니 차마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하마터면 사람을 죽여버릴 뻔해 놓고 자기 마음 편해지자고 병문안까지 가지 않는 건 너무 비인간적이었다.
그래서 이루나는 점심시간 내내 고민하다 결국에는 서태준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혹시라도 병실 앞에서 막혀버릴까 봐 그녀는 매우 캐주얼한 복장에 선글라스도 쓰고 마스크도 했다.
조용히 병실 근처까지 다가온 이루나는 코너에 숨은 채 병실 쪽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5분 정도 기다리니 차화영과 심혜진이 병실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듯했다.
그리고 또 5분 후, 간호사가 병실 안으로 들어가 약을 갈아주고 다시 나왔다.
마지막으로 간병인까지 나오자 드디어 병실 안이 한적해졌다.
이루나는 그 타이밍을 이용해 숨을 한번 깊게 쉬고는 조심스럽게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곳은 VIP 병실이라 거실도 있고 보호자가 따로 잘 수 있는 방도 있었다. 거실로 진입한 이루나는 조용히 움직이며 반쯤 커튼으로 가려진 방 앞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은 후 조용히 잠을 청하려 했던 서태준은 인기척에 눈을 살짝 떴다. 그는 이루나의 얼굴을 보자마자 정신을 번쩍 차리며 일어나려는 듯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아직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움직이지 마.”
이루나가 병상 곁으로 다가가 다시 그의 상체를 아래로 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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