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화
서이건을 완전히 놓아버린 지금, 이은서의 도발은 이루나에게 아무런 타격도 되지 않았다.
이루나는 자신이 서씨 가문 사람들과 가까이하지 않으면 박희연 모녀도 더 이상 자신에게 태클을 걸어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병원 주차장에 도착한 그녀는 느긋하게 걸어가 며칠 전에 뽑은 새 차에 올랐다. 6천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매우 검소한 BMW로 그녀의 취향과는 거리가 매우 먼 차량이었다.
사실 원했던 차량이 따로 있었지만 예약을 걸어두고 일주일이나 기다려야 했기에 결국 기다릴 필요가 없는 해당 차량으로 구매했다. 당장 몰고 다닐 차량이 필요했으니까.
이루나는 시동을 켠 후 별다른 목적지 없이 내비게이션도 켜지 않은 채 그저 도로를 달렸다. 운전은 하고 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니 또다시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비 온 뒤에는 맑음이어야 하는데 마구잡이로 엉켜있는 것들을 다 정리했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헛헛하고 텅 빈 것 같았다.
삶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그 시절로는 두 번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막연한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멍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다 빨간색 신호에 맞춰 차를 세웠다. 그런데 세우자마자 직원으로부터 진상 손님이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전화가 걸려 왔다.
일 얘기에 다시금 정신을 차린 이루나는 내비게이션에 동물 병원을 찍었다.
앞을 바라보니 마침 파란불로 바뀌었고 차량들이 하나둘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몇 초 뒤면 금방 빨간불이 들어올 텐데 바로 앞에 있는 차량이 빨리 건널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에 다급해진 그녀는 경적을 두 번 울리며 빨리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런데 앞차는 그녀의 신호에 빠르게 움직이지 않은 건 물론이고 경적 때문에 기분이 나빠졌는지 일부러 브레이크를 밟았다 뗐다 하며 그녀가 건너지 못하게끔 했다.
아니나 다를까, 앞차가 무사히 넘어가자마자 빨간불이 켜졌다.
이루나는 앞차의 만행과 그간의 스트레스까지 더해져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렸고 홧김에 액셀을 밟아 앞차를 향해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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