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6화
차주는 남자였고 언뜻 보기에 젊은 것이 아직 서른 살이 채 안 돼 보였다. 뒤편으로 더 가까이 다가오자 생각보다 더 훈훈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는 입에 담배를 꼬나문 채 천천히 차 뒤쪽으로 걸어와 상태를 확인했다.
무방비 상태에서 뒤차에 치여버렸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남자는 담배 한 대를 마저 다 피운 후 연기를 길게 내뱉으며 경멸 어린 시선으로 BMW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저렴한 차를 끌고 나온 사람의 수준 따위 뻔하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운전석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차창 쪽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남자가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을 때 앞차 조수석에서 또 다른 남자가 내렸다. 차주의 지인으로 보이는 남자는 차주와 마찬가지로 뒤를 한번 확인하더니 이내 운전석 쪽의 차 문을 거칠게 두드리며 외쳤다.
“내려!”
지금 이건 백 퍼센트 한 대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사실을 이루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CCTV가 가득 깔린 도로라는 것을 생각하니 맞아도 괜찮겠다 싶어 아무런 주저도 없이 차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차 문을 두드리던 남자를 바라보며 뭐라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 대 칠 기세였던 남자가 갑자기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아직도 통화하고 있는 남자의 어깨를 툭툭 쳤다.
“대표님, 여기 좀 봐보세요. 상당한 미인입니다.”
타이밍 좋게 전화를 끊은 남자는 그 말에 곧장 뒤로 돌았다.
이루나와 눈이 마주친 그는 아무 말도 안 한 채 아주 노골적으로 그녀를 아래위로 훑었다. 그 시선은 가슴 쪽에서 몇 초간 더 머물러 있고 나서야 떨어졌다.
잔뜩 찌푸려졌던 미간은 어느새 기분 좋게 풀려버렸다.
남자는 자신의 지인 역시 똑같은 얼굴로 이루나를 스캔하고 있는 것을 보더니 조금 아프게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10m 뒤에 삼각대 설치하고 와.”
“정확히는 10m가 아니라 100m지만... 일단 다녀올게요.”
조수석 남자는 눈치껏 자리를 피해 주며 트렁크에서 삼각대를 꺼내 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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