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7화
남자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이루나의 말에 또다시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더니 대뜸 그녀에게 라이터를 건넸다.
“그쪽이 사죄의 의미로 고개를 숙인 채 내 담배에 불을 붙여주면 경찰에 신고도 안 하고 수리비 배상하라고 하지도 않을게. 어때?”
남자의 의도가 가득 담긴 말에 이루나는 경멸 어린 시선을 보내며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머리카락이 싹 다 타버려도 상관없나 보지?”
“쯧.”
남자가 혀를 차며 다시금 조롱하듯 말했다.
“가슴도 큰 사람이 왜 이렇게 날이 섰어? 성격 더러워서 좋을 거 하나 없는데.”
이루나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
평소였으면 아마 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침착하게 호신용 스프레이를 꺼내 얼굴에 분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예정에도 없이 급히 나온 바람에 아무것도 들고나오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은 사람들도 다 보는 도로 한가운데라 직접 손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이루나는 마음을 조금 가라앉힌 후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도로에 널린 게 CCTV야. 성희롱으로 잡혀가고 싶지 않으면 입조심해. 그리고 수리비 필요하면 지금 당장 액수 불러. 내 아까운 시간 자꾸 허비하게 하지 말고.”
이루나는 지금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남자가 천만 원을 더 부른다고 해도 충분히 배상해 줄 의향이 있었다.
“흠.”
남자는 배상 금액을 말하는 대신 재밌다는 눈빛으로 이루나를 훑어보며 또다시 껄렁한 말을 내뱉었다.
“성격도 더럽고 자존심도 더럽게 세네.”
그러고는 자신이 직접 담배에 불을 붙이며 일부러 그녀의 얼굴 쪽으로 연기를 내뱉었다.
“그런데 얼굴을 보면 그럴 만도 해. 마음에 들어.”
남자는 마음에 든다는 말이 대단한 칭찬이라도 되는 것처럼 피식 웃으며 이루나를 내려다보았다.
이루나는 두 사람으로 인해 완전히 막혀버린 도로를 보고는 차를 옮길 생각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고는 차 문을 열고 올라타려는데 남자가 그녀의 앞을 막아서며 행동을 제지했다.
“이 상황에 뺑소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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