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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이성태는 깊은 한숨을 내쉰 후 아무 말 없이 이루나를 가만히 노려보기만 했다. 그러다 묵묵히 휴대폰을 꺼내 들어 뭔가를 하고는 그녀를 향해 말했다. “네 계좌로 4억 원 입금했다. 아마 곧 있으면 도착할 거야.” 이루나는 그 말에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자신과 피가 이어진 아버지라는 인간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바라보았다. “서씨 가문 사람들 심기 건드리지 마.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야.” 이성태가 어두운 얼굴로 충고하듯 말했다. “너랑 이건이 사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으마. 다 큰딸 교육할 시간 따위 없으니까. 하지만 이번 일은 네가 지나쳤어. 말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에 왜 경찰을 불러서 일을 크게 만들어? 네 말 한마디 때문에 서씨 가문 체면이 한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졌어. 지금이라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있으니까 얼른 경찰서로 가서 오해였다고 해.” 이루나는 조금 짜증이 난 듯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성폭행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 몰라요? 그리고 몇 번이나 말했을 텐데요. 서이건 씨 빼내고 싶으면 변호사를 선임하라고. 그리고 아버지가 걱정 안 해도 어차피 며칠 뒤면 서씨 가문에서 알아서 빼내 줄 거예요.” 이성태는 일말의 타협도 없는 그녀의 태도에 결국 대화하기를 포기해 버리고는 마지막 한마디를 남긴 채 바로 집을 나가버렸다. “세상일이 전부 네 뜻대로 흘러갈 거라는 착각은 버려. 어르신이 정말 진심으로 화를 내시게 되면 그때는 나도 너 못 구해줘. 그러니까 알아서 처신 잘해.” 이성태는 매우 바쁜 사람이라 사실 오늘도 차화영이 아니었으면 이곳으로 오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성태까지 나가자 거실이 삽시간에 고요해졌다. 이루나는 피곤한 듯 소파에 기대앉고는 오른손으로 바로 옆에 있는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평온한 겉모습과 달리 그녀의 머릿속은 지금 뒤죽박죽이었다.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마음이 거세게 요동쳤다. 이루나는 가만히 앉은 채 어젯밤 일을 떠올리다 문득 피임약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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