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0화
고지훈은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그녀에게 건네면서 애매모호한 눈빛을 보냈다.
“고마워.”
이루나는 옆에 서이건이 있든 말든 고지훈의 신분증을 들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 마치 그의 가족처럼 접수도 해주고, 약도 받아왔다.
기다리는 동안 무심코 고지훈의 신분증을 슬쩍 보게 되었는데 올해 겨우 27살인 동갑이었다. 다시 그의 신분증 주소를 봤는데 어느 마을 출신이었다. 재벌 2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이상했다.
약을 받아 다시 병실로 들어간 이루나는 고지훈의 병상 옆에 앉아 일부러 걱정하는 말투로 말 걸었다.
방금 주먹다짐했던 두 남자는 거의 비슷한 상태였다. 한 명은 눈썹뼈가 부러지고, 다른 한 명은 턱이 빠져 있었고, 둘 다 얼굴이 퉁퉁 부은 채 붕대를 감고 있었으며 몸에도 멍 자국이 가득했다. 이 정도는 상처는 심한 것도 아니고 가벼운 것도 아니라 적어도 며칠은 쉬어야 회복할 수 있었다.
“서이건 씨, 가족분 연락처가 어떻게 되세요? 가족분이 오셔서 돌봐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간호사는 서이건의 진짜 신분은 몰랐지만 쓸쓸해 보이길래 나름 잘 챙겨주었다.
서이건은 고개를 저으며 무겁게 말했다.
“저를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는 침대에 기대 수액을 맞으며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머리가 터질 듯하고 온몸이 산산조각이 난 것만 같았다. 그는 참다못해 2, 3미터 떨어진 고지훈 쪽을 슬쩍 쳐다보았다.
이루나는 다정하게 방금 그와 주먹다짐한 고지훈에게 따뜻한 물을 먹여주고 있었다. 고지훈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강한 소유욕이 가득했고, 이루나도 그 눈빛을 달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몇 달 전만 해도 이루나는 서이건이 납치당해 온몸에 상처투성이였을 때 목숨까지 걸어 그를 구했고, 병원에서 2주 동안 병간호까지 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지나면서 이루나는 그에게 했던 행동을 다른 남자한테 똑같이 하고 있었고, 서이건은 그걸 눈앞에서 지켜보고만 있는 처지였다.
서이건은 그녀가 연기하고 있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그를 무시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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