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4화
상대는 바로 이은서였다.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이은서는 전화를 받더니 바로 욕부터 날렸다.
“뭐 하는 거야. 미쳤어?”
“네 약혼자가 날 괴롭히러 왔길래 혼쭐내줬는데 지금 피범벅으로 우리 집 문 앞에 쓰러져 있어. 직접 와서 데려가.”
이루나는 이은서의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녀는 자기 침실로 돌아가 문을 쾅 닫아버렸다. 서이건이 밖에서 죽든 말든 전혀 신경 쓰고 싶지 않았고, 진짜 죽는다 해도 전혀 마음 아플 것 같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수술대에서 겪었던 잊을 수 없는 고통이 떠올랐다. 잃어버린 아이와 어쩌면 영원히 엄마가 될 자격을 잃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텅 빈 마음이 자꾸만 쿡쿡 쑤셨다.
서이건은 여전히 밖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뺨을 타고 셔츠를 적셨고, 새 상처와 옛 상처가 뒤섞여 의식이 점점 흐려졌지만 움직이려 하지도, 누구에게 전화를 걸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습관처럼 담배를 피우면서 그 고통을 잊어보려 했다.
그는 두 사람 관계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처절히 느낄 수 있었다.
계속 미쳐 날뛰는 건 더 이상 귀찮게 하고 집착하는 그녀가 없는 게 낯설어서였다. 그는 심지어 그녀에게서 뭘 원하는지도 몰랐고, 그냥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먹이사슬 꼭대기에 서 있는 그는 하고싶은대로 하는 것에 익숙했다. 여자도 부르면 오고 내치면 떠나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루나는 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냉철했다.
그는 그렇게 멍하니 벽에 기대어 있었다. 머리는 깨질 것만 같았고, 몸도 구석구석 산산조각이 난 듯 아팠으며 의식도 점점 흐려졌다. 얼마나 앉아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루나는 끝내 문을 열지 않았다.
바로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이은서가 걸어 나왔다. 그녀는 처참한 모습으로 바닥에 널브러져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서이건을 보고 급히 달려갔다.
“이건 씨.”
이은서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 다쳤어요? 왜 이러고 앉아 있는 거예요.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얼른 병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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