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9화
친아버지인 이성태는 늘 자기 사업에만 바빠 친딸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심지어 이루나가 죽는다 해도 그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게 분명했다.
보통의 친구들?
더더욱 기대할 수 없었다.
세상에는 이제 미련을 둘 사람도, 마음 붙일 일도 사라진 것 같았고 자유에 대한 갈망조차 점점 옅어졌다.
차라리 이렇게 세상과 단절된 채로 살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간은 일주일이 더 흘렀다.
그날, 교도관이 그녀를 불러냈다.
“짐 챙겨요. 옷 갈아입고. 오늘 나가게 될 거니까.”
“뭐라고요?”
이루나는 농담이라고 생각했지만 여경이 미소를 보이며 차분히 설명했다.
“보증인이 구속 집행정지를 신청해서 보증금이 이미 납부됐습니다. 저희 쪽에서도 심사 통과가 됐고요. 앞으로는 규정만 잘 지키시면 돼요. 필요할 땐 언제든 소환에 응해야 합니다.”
머릿속은 여전히 의문투성이였지만 이루나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보관해 두었던 휴대폰을 돌려받았다.
그리고 곧장 차가운 철문을 지나 수감자들의 시야를 벗어났다.
문밖, 첫 호흡으로 들이마신 자유의 공기에 가슴이 시원하게 트일 찰나 곁에 불쑥 나타난 한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지훈? 네가 여길 왜...”
놀라움과 동시에 어느 정도 짐작이 갔다.
“고민할 거 없어. 일단 차에 타자.”
고지훈은 짧게 말하곤 그녀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밀어 차 쪽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
운전석에는 이미 기사가 앉아 있었기에 두 사람은 나란히 뒷좌석에 올랐다.
이내 차가 출발하자 고지훈은 가만히 이루나를 훑어보았다.
한눈에 봐도 볼살이 쏙 빠졌고 이마엔 아직 아물지 않은 멍이 남아 있었다.
원래 밝고 생기 있던 기운은 자취를 감췄고 그 모습에 고지훈은 마음 한쪽이 저릿하게 아려왔다.
“이거 받아. 네가 좋아하는 거잖아.”
그는 미리 준비해 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핸드드립 커피를 내밀었다.
이루나는 컵을 받아 조심스레 한 모금 마셨다.
익숙한 쌉싸래함이 혀끝을 감도는 순간, 온몸이 따뜻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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