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4화
“미친.”
참다못한 유하정이 이원호를 한 대 툭 때리며 입을 열었다.
“너 진짜 눈치도 없어? 예전에 네가 루나 괴롭히던 거 생각 안 나? 조심해, 고 대표님이 지난 일까지 일일이 따질지도 몰라.”
“에이, 그야 어렸을 때 철없던 거지.”
이원호는 두 손을 모아 이루나에게 반쯤 장난스럽게 절을 하며 말했다.
“그때 일은 다 내 잘못이야. 넌 대인배시잖아, 한 번은 봐줄 거지?”
이루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는 박희연의 아들이자 이은서의 친동생이었다.
즉, 자신의 원수의 피붙이기에 그런 이원호와 말을 섞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하정의 곁에서 이렇게 진심으로 도와주고 개업식까지 성대하게 만들어준 걸 보자 이원호에 대한 미움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잠시 후, 고지훈의 휴대폰이 울렸고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그가 사라지자 유하정이 슬며시 다가와 이루나에게 속삭였다.
“야, 너 제정신이야? 고 대표님이랑 결혼하겠다고? 연애다운 연애도 안 했잖아. 뭐가 그렇게 급해?”
이루나는 대충 웃으며 넘겼다.
“조건도 괜찮고 뭐... 좋은 사람 같으니까. 괜히 질질 끌다가 다른 여자가 먼저 잡으면 손해야.”
“흥, 그 말을 누가 믿어?”
유하정은 픽 웃으며 팔짱을 꼈다.
“너 설마 서이건 씨는 진짜 완전히 포기한 거야?”
“그 이름은 내 앞에서 그만 좀 말해.”
이루나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버렸다.
“그 사람이랑 이제 끝났어. 나랑은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니까 앞으로 내 앞에서 그 얘기 하지 마.”
“알았어, 알았어. 괜히 찔렸네 뭐.”
유하정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래도 말이야. 고 대표님도 괜찮더라. 너랑 잘 어울려. 딱 남편감이지.”
그러고는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두 사람 분위기 보니까 침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던데?”
“너 진짜 미친 거야?”
이루나는 그런 유하정을 살짝 째려봤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귀에 대고 수군거렸다.
“솔직히 말해봐. 이미 잤지? 전남편보다 어때? 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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