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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반쯤 열린 문틈 사이로 방 안의 광경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 광경을 본 이루나는 재빨리 시선을 거두었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손발이 얼어붙는 듯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며 그저 관리자들의 지시에 따라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다른 방을 지나칠 때도 반쯤 닫힌 문 사이로 방 안의 여자들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들은 곰팡내가 진동하는 침대 위에 반쯤 죽은 사람처럼 누워 있었고 눈빛에는 이미 모든 감정이 사라진 채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조용했고 절망만이 남아 있었다. 이루나는 이전에 이런 지역의 성매매 실태에 관한 기사를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단순히 글과 사진만 봐도 믿기 힘들다고 느꼈는데 막상 자신이 직접 그 현실 속에 처하고 나니 실제 상황은 뉴스에서 본 것보다 수십 배는 더 잔혹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옥’이라는 단어조차 이곳을 표현하기엔 부족했다. 관리자라고 불리는 남자 몇 명이 새로 끌려온 여자들을 3층의 집단 숙소로 데려갔다. 숙소의 환경은 끔찍했다. 국내의 불법 다단계 숙소와 비슷했고 한 방에 열댓 명씩 몰아넣었다. 샤워실이 하나뿐이었고 각자에게 주어진 건 좁디좁은 침대 한 칸이었으며 이불은 얼룩과 곰팡내로 가득했다... 전체적인 환경은 예전에 구치소에서 머물렀던 것보다 열 배, 백 배는 더 열악했다. 새로 팔려 온 여자들은 대부분 아직 나이가 어렸고 서로 다른 나라에서 왔기에 언어도 통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곳의 살벌한 분위기 탓에 아무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저 모두의 눈빛 속엔 두려움만이 가득했다. 몇 시간쯤 억지로 누워 있던 이루나는 다른 여자들과 함께 다른 큰 방으로 끌려갔다. 그 방 안의 유리 진열장에는 각종 약병이 줄지어 있었고 책상 앞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앉아 주사기와 약품을 무표정하게 만지고 있었다. 강제로 자리에 앉은 소녀들은 한 명씩 차례로 약물 주사를 맞았다. 이루나는 아까 지나쳤던 방 안의 여자들이 괴로움에 찬 표정으로 누워 있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는 그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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