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6화

“앞으로 손님들 잘 모셔. 네가 병에 걸린 걸 얘기한다면 아주 끔찍하게 죽여줄 거야.” 남자는 총구를 이루나의 머리에 겨눈 채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남자에게 있어 이루나는 이곳의 다른 여자들과 다를 바 없는 존재였다. 그녀는 그저 돈벌이하는 도구일 뿐이었다. 그가 직접 손대지 않더라도 다른 손님들은 마음껏 만지게 할 수 있었다. 이루나는 그저 간단하게 대답했다. “네.” 남자는 그제야 총을 허리춤에 꽂았다. 그러나 이미 욕망이 한껏 치솟은 그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채 밖을 지나가던 또 다른 여자를 잡아 벽에 몰아붙였다. 이곳의 남자들은 짐승과 다를 바 없었다. 여자를 도구로만 여기고 살인을 서슴지 않으며 인간이라 부르기조차 민망할 만큼 잔혹했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인간의 가장 어두운 본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조금 전의 일을 겪은 이루나의 마음은 점점 식어갔다. 아무리 절망적인 환경이라도 이렇게 통제당하면서 누구에게나 짓밟히는 살아 있는 시체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지금 이루나가 바라는 건 오직 살아남는 것이었다. 이 끔찍한 곳에서 목숨만이라도 건질 수 있다면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올지도 몰랐다. 이루나는 곰팡내가 진동하는 자신의 침대로 돌아왔다. 그녀는 주위를 가득 채운 어둠과 이따금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만약 다시 눈을 떴을 때, 집에 있는 침대 위에 누워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모든 게 악몽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루나는 이런 지옥 같은 현실 속에서야 깨달았다. 그동안 자신이 안고 살아온 모든 고민이 얼마나 하찮았는지를. 박희연과의 원한도, 이은서와의 다툼도, 애완동물 가게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온갖 걱정들도 모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심지어 그 남자와의 얽히고설킨 감정마저도 전혀 의미가 없었다. ‘이 세상에서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 줄 사람이 있을까? 고지훈은? 그리고 서이건은 내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걸 알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흔들릴까? 아니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