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8화
하지만 그 남자는 이루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그저 부하들을 불러 방 안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그 손님을 처리하게 했다.
남자와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서야 이루나는 사정을 알아챘다.
남자가 그 손님을 쏜 이유는, 그 손님이 그의 범죄 증거를 쥐고 협박하며 공짜로 놀러 오곤 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손님은 예전에 이 남자가 큰돈을 주고 사들인 여자를 둘이나 죽여버려 큰 손해를 입힌 적도 있었다.
결국 오늘, 남자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직접 총을 쏜 것이었다.
이루나는 바닥에 널린 핏자국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바닥에 누워있는 손님은 죽어 마땅했다.
이곳의 사람들은 원래 서로 물어뜯고 죽이는 세상에 살고 있었다.
처음엔 놀라 몸이 굳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이상하게도 감정이 무뎌졌다.
정신을 추스르고 고개를 들었을 때 조금 전까지 사람을 쏴 죽인 그 남자가 짙은 눈빛으로 이루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며칠 전 보였던 그 잔혹한 살의는 사라지고 묘하게 다른 기색이 어렸다.
이루나는 그 남자가 또다시 자신을 건드리려는 줄 알고 체념하듯 저항을 포기하려 했다.
‘이런 곳에 떨어진 이상, 강제로 짓밟히는 일 따위는 이미 일상이야...’
“이름이 뭐야?”
그런데 예상 밖으로 남자는 자신의 총구를 닦으며 H 국어로 그녀에게 물었다.
이루나는 잠시 멈칫하더니 아무 이름이나 내뱉었다.
“이, 진아요.”
“이진아?”
남자는 좀처럼 풀지 않던 미간을 풀며 말했다.
“이름, 괜찮네.”
말하던 남자는 천천히 이루나 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다시 한번 그녀를 꼼꼼히 훑어보았다.
찢긴 옷 사이로 드러난 눈부신 흰 피부를 보자 온몸이 달아오르는 듯했고 결국 참지 못하고 손을 내밀어 이루나의 턱을 잡아 얼굴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너, 부잣집 딸이지?”
남자의 눈빛엔 확신이 차 있었다.
고급스러운 얼굴에 위기 앞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기품을 보아낸 남자는 비록 이루나가 다른 나라 사람이지만 태생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단번에 알아봤다.
이루나는 남자의 말에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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