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5화
서이건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저 옆에 앉아 일회용 장갑을 낀 채 새우를 하나씩 까서 이루나의 그릇에 조용히 놓아줄 뿐이었다.
서이건은 눈앞의 이루나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실종됐던 시간 동안, 이루나는 정말 많이 야위었다. 뼈마디가 도드라진 손가락, 더 깊게 드러난 쇄골...
모든 것이 서이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장갑을 벗은 서이건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이루나의 귀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귀 뒤로 넘겨주며 낮고 부드럽게 말했다.
“천천히 먹어. 앞으로 여기가 당신 집이야. 먹고 싶은 건 뭐든 다 먹을 수 있어.”
그 말을 들은 이루나는 젓가락을 잠시 멈추었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밥을 계속 먹었고 배가 어느 정도 찼을 때쯤, 이루나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가를 닦은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건 씨, 오늘 여러모로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덕분에 몸도 편해지고 배도 불렀어. 이제 나는 괜찮으니까 돌아가 볼게. 이제 당신은 당신 일을 해.”
그 말을 남기고 이루나는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아직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서이건의 큰 몸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내가 말했잖아. 여기가 당신 집이라고. 이제 여기서 살아. 당신 집에 있던 물건들은 내가 사람을 보내 전부 옮겨오게 할 거야.”
당황한 이루나는 눈썹을 찌푸렸다.
“미안하지만, 이건 씨. 나는 단지 두 달간 납치당했을 뿐이지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건 아니야. 오늘 나를 무사히 데려와 준 건 정말 고맙지만 이제는 그만 선을 좀 지켜줬으면 해. 지금은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서 더는 상대할 힘이 없어. 그럼 이만 갈게.”
하지만 서이건은 이루나의 말을 전혀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에게는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서이건이 알고 있는 건 단 한 가지, 이루나가 사라졌던 그 수십 일 동안 그의 심장은 매일 갈가리 찢기는 것 같았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밤을 잠들지 못한 채 버텨야 했고 그 고통의 끝에서야 그의 세상에서 이루나를 잃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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