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배청아는 노트북을 덮었다. 마치 들키면 안 될 비밀을 들킨 사람처럼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송한성은 아무렇지 않게 방 안으로 들어와, 따뜻한 물 한 잔을 배청아 손 옆에 내려놓았다.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일은 나도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
송한성은 배청아 맞은편 낡은 등나무 의자에 앉았다.
“생각보다 훨씬 대단하더라.”
배청아는 멍하니 송한성을 바라봤다.
“기사도 다 봤어.”
송한성이 의자 팔걸이를 손끝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네가 남긴 증거들, 캔버스 안쪽에 숨겨 둔 서명, 녹음기, 약물 샘플... 하나도 허투루 둔 게 없더군. 모든 걸 정확하게 계산했어.”
송한성은 짧게 웃었다. 웃음기 끝자락에 자조가 묻어 있었다.
“10년 전, 내가 표절 누명을 썼을 때는 그냥 화실에 틀어박혀서 물건만 집어 던졌어. 결국 도망치듯 떠났지. 그리고 이 고아원에서... 5년을 숨어 지냈고.”
창밖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웃는 소리가 들렸다. 작은 여자아이가 넘어져 엉엉 울자, 다른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가 손을 뻗어 일으켜 세웠다.
송한성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아이들 봐. 여기서는 삶이 단순해. 네가 무슨 상을 받았는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캐묻지 않아. 네가 그림을 잘 그리면 그냥 우러러보고, 같이 놀아 주면 그냥 좋아해.”
송한성의 시선이 다시 배청아에게 돌아왔다.
“이런 삶이 나한테는 맞을 수도 있지.”
송한성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하지만 너한테도 맞을까?”
배청아는 입술을 달싹였지만, 목소리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송한성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
“네가 〈허허벌판〉을 그렸을 때 인터뷰를 봤어. 네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해?”
송한성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붓으로 모든 위선의 가면을 찢어 버리고 싶다고 했지. 그때 네 눈에는 빛이 있었어.”
송한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 쪽으로 걸어가, 누렇게 바랜 화집 한 권을 꺼냈다. 그리고 한 페이지를 펼쳐 배청아 앞에 놓았다.
그곳에는 배청아가 3년 전 그렸던 작품 〈파벽〉이 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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