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그날 밤 이후, 고선호는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 법한 완벽한 남자 친구로 빙의했고 술도 다시는 입에 대지 않았다.
결혼식이 점점 다가오면서 주변 사람들은 모두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고선호는 사소한 것까지 챙기며 직접 신경을 쓰느라 분주했고 비서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검진도 잊을 뻔했다.
다행히 결과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고 앞으로도 문제없을 거라는 결과를 받았다.
“이제 정말 결혼하는 거야?”
“네, 이틀 후예요. 초대할게요.”
송지한은 앞에 있는 사람의 밝은 미소를 보며 순간 뭘 해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고선호는 송지한의 미묘한 반응을 의식하지 않고 끝까지 예의를 지키며 자리를 떠났다.
문을 닫자마자 익숙한 뉴스 방송 소리가 들려왔다.
“전쟁이 백열화 단계에 들어섰으며 매일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각국에서 파견된 전쟁 지역 의사 23명이 사망했습니다.”
고선호는 화면을 올려다보다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 얼어붙었다.
기자 뒤에서 환자를 살리려고 애를 쓰는 뒷모습, 그건 바로 백하임이었다.
그는 눈을 떼지 못했고 화면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바라보다가 지나가던 간호사에게 물었다.
“죄송합니다. 이 뉴스 다시 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아는 사람을 만나셨어요? 저도 전장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집에서 허락하지 않았어요. 위험할까 봐. 그래서 전 꿈을 이루지 못했어요.”
머리 위로 한 바가지 냉수가 쏟아진 느낌에 그제야 고선호는 깨달았다.
‘말도 안 돼, 백하임일 리 없어.’
백하임은 돈을 사랑하고 자기 목숨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니 절대 위험한 곳에 가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곧, 그는 스스로를 비웃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괜히 봤어. 그냥 착각일 뿐이야.”
고선호는 평소처럼 굳은 표정으로 돌아와 똑바로 걸음을 옮겨 차에 올랐다.
차에 탔을 때, 그는 차의 칸막이를 내려 아기처럼 몸을 웅크렸다.
이 며칠간 보여준 정상적인 모습 속에서도 고선호는 사실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얼마나 괴롭고 힘든지.
수없이 그는 백여진을 백하임으로 상상하며 결혼식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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