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고선호의 발걸음은 뿌리 내린 듯 움직이지 않았고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혼돈 속에서도 애써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송지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이번 두 번에 걸쳐 너에게 골수 기증을 한 사람은 모두 하임이야. 3년 전, 하임이는 네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3년 동안 전장에 나가 의사를 하겠다는 계약을 맺었어. 그리고 전쟁터에서 오른팔을 잃었고. 의수가 정밀하게 조작되지 않아 널 위해 수술을 할 수 없어서 나한테 도움을 청한 거야. 그런데 내 눈도 한쪽이 안 보여서 정밀 수술을 할 수 없었지. 그래서 하임이는 나한테 각막까지 기증한 거야.”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갔다.
“하임이가 너를 위해 이렇게 많은 것을 했는데 너는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모습을 보는 게 선생으로서 마음이 너무 아프네.”
고선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왜 전에는 말하지 않은 거예요?”
이어 그는 믿기 어렵다는 듯 부정했다.
“아니, 저에게 골수를 기증한 사람은 여진이고 선생님께 간절하게 부탁한 것도 여진이잖아요!”
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전 못 믿어요. 이건 분명 백하임이 제가 건강을 되찾은 걸 보고 불안해진 거예요. 걔가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돈 많은 남자가 저니까. 그래서 선생님을 시켜서 이런 쇼를 하는 거죠? 절 속이려고 이러시죠? 저 이제 절대 안 속습니다!”
고선호는 문을 쾅 닫고 뛰쳐나갔지만 발걸음은 휘청거렸고 속도가 점점 느려지더니 결국 멈춰 섰다.
‘정말 전부 사실일까? 왜... 왜 하임이는 단 한 번도 나한테 말하지 않았던 거지?’
그는 눈물을 줄줄 흘리다가 결국 뒤돌아 다시 송지한에게 달려갔다.
“못 믿겠으니까 증거를 보여주세요.”
말을 마친 고선호는 곧장 차로 달려가 최대한 빠른 속도로 병원으로 향했다.
“저기요. 제 자발적 골수 매칭 및 골수 기증 동의서 사본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3분도 지나지 않아 그는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건네받았다.
고선호는 동의서를 넘기던 중 발견한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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