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편지의 한 글자 한 글자는 비수가 되어 고선호의 심장에 꽂혔다.
그는 편지를 꽉 움켜쥐었고 얼굴의 핏기도 완전히 사라졌다.
‘왜? 도대체 왜 난 모든 걸 다 잊어버린 거야!’
고선호는 속으로 자신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분명 약속했잖아. 하임이를 지키겠다고. 단 한 점의 상처도 허락하지 않겠다고! 그런데 이게 뭐야? 지금 하임이 몸에 남은 모든 상처는 다 나 때문이잖아! 난 진짜 개자식이네.’
고선호는 주먹을 책상 위에 있는 힘껏 내리쳤다.
묵직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렸지만 그 소리는 마음을 할퀴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한참 뒤에야 정신을 다잡은 그는 깊은숨을 들이켰다.
백하임을 되찾아야 했다.
3년 전 이루지 못한 결혼식, 이제는 반드시 완성해야 한다.
그는 손등의 피를 아무렇지 않은 듯 닦아내고 휴대폰을 켰다.
화면 가득 빽빽하게 쌓인 메시지들, 모두 백여진에게서 온 것이었다.
[선호야, 제발 날 믿어줘. 난 정말 거짓말 안 했어!]
[왜 넌 늘 언니 말만 믿어? 나는 네 약혼녀잖아!]
[우리 딱 한 번만 만나자, 응? 넌 결혼식장에서 날 버리고 갔어. 지금 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웃음거리야. 난 네가 필요해.]
더욱 많은 문자들이 왔지만 고선호는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백여진을 블랙리스트에 넣었다.
그리고 바로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에 내가 하임이 행방 조사하라고 했던 거... 지금 보고해.”
“고 대표님, 하지만 대표님이 직접 말씀하셨잖아요. 더는 언급하지 말라고.”
“내가 지금 보고하라고 하잖아.”
얼음처럼 차가운 그의 목소리에 비서는 당황해 있는 그대로 다 털어놓았다.
“네. 백하임 씨는 해외로 나갔습니다. 목적지는 전장 지역입니다. 그날 바로 보고드리려고 했는데...”
그 뒤의 말은 고선호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네.’
포탄이 터지는 사이로 사람을 끌어내던 그 실루엣, 정말 백하임이었다.
‘하임이는 한쪽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그런 곳에 간 거지?’
고선호는 반드시 백하임을 찾겠다고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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